언론속의 국민
[문화일보-포럼]노조법 선진화 수요와 자동차산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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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위기로 2009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은 큰 곤욕을 치른 한 해였다. 난공불락의 도요타도 적자를 내고 GM과 크라이슬러는 굴욕적인 파산을 거쳐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차는 상대적으로 선전한 한 해였다. 이는 정부의 노후차 교체 지원에 따른 내수 호조,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가격 경쟁력 향상, 세계 각국 정부의 소형차 지원, 그리고 과감한 신차 출시와 공격적인 마케팅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선전 속에서도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거의 매년 분규와 파업을 되풀이해온 국내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가 다시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의 현 노사 관행은 외국에선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다. 외국에서는 회사가 노조전임자의 급여를 지급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에 관한 법이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 사례가 일반화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사업장은 무엇보다도 노조 전임자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이다. 한 자동차업체 노조 전임자는 회사 업무를 면제 받으면서도 기본급에 고정 잔업수당, 그리고 월 75시간씩의 휴일 특근수당을 더 받고 있다. 노조 간부들은 차량은 물론 유류비 지원 등의 각종 특혜를 받을 수 있어 누구나 탐내는 자리가 됐다. 그리고 외국에 비해 노조전임자가 4배에서 많게는 10배나 된다. 외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법제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법제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노사정 합의가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부분도 있고 실제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는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노사 공동 활동일 경우 근로 면제를 인정키로 한 타임오프 제도는 그 대상과 기준, 범위가 명확치 않다. 다시 노동계 눈치보기로 세부 내용이 노사 자율에 맡겨지거나 모호한 내용으로 시행될 경우 산업 현장에서 노사 간 대립이 더 증폭될 위험이 크다. 정치권과 정부는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원칙이 위배되지 않도록 법안과 시행령을 한시바삐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전투적인 미국의 자동차 노조가 GM을 파국으로 몰고 간 장본인의 하나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미국 정부가 6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세금을 쏟아부었지만 아직도 GM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국내에서는 이런 일이 결코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 지난 7월 정부 발표에 따르면 승용차세제 지원을 통해 소비를 거의 1%나 증대시켰다고 한다. 자동차의 경제 활성화 기여도를 새삼 느끼게 한다. 중국의 자동차 판매는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로 부상했다. 수년 내에 값싸고 품질도 괜찮은 중국 토종 회사의 소형차가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시나리오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자동차 공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노조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현재와 같이 많은 노조 전임자와 낮은 작업편성률로는 맞설 방법이 없다. 특히 경제의 글로벌화와 글로벌 소싱으로 인해 재료비 차이가 거의 없어진 현재의 자동차 원가 구조를 볼 때 대당 인건비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생산성 향상이 살 길이라는 말이다. 노동법을 제대로 개정하지 않고는 국내 자동차 회사의 생산성 향상은 기대할 수 없다. 이제는 기업의 경쟁력 향상이 곧 노조의 생존력 강화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노사가 소모적 대립을 지양하고 협력적 관계를 강화해야 노조도 생존이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노동법을 계기로 자동차산업의 노사가 상생의 대화합을 결의하는 2010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자동차산업의 노사 상생이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에 그 바람은 더욱 크다. [[유지수 / 국민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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