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조선일보-잠깐! 이 저자]《비만 히스테릭》/이대택(체육학부) 교수

건강검진을 하러 갔다가 의사로부터 "체중을 좀 줄이라"는 충고를 듣고 의기소침해졌던 당신이라면, 이 책을 읽고 쾌재를 부르며 일말의 승리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대택(46) 국민대 체육학부 교수가 쓴 《비만 히스테릭》(지성사)은 '비만은 만병의 근원', 혹은 '비만은 질병'이라는 현대사회의 견고한 정의들을 단번에 깨뜨리는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비만'이라는 질병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비만이 조기사망률의 원인이라는 것도 그릇된 진실이다.

"'비만'은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의 질병일 뿐이죠. 만약 어떤 사람이 신체질량지수로 규정되는 소위 '정상 체중'보다 몸무게가 더 나간다고 해도, 그 사람이 내과적으로 정상적인 기능을 하면서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있다면 그 체중이 그 사람에게는 '건강한 체중'인 것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건강을 평가하는 데 가장 빈번하고 유용하게 사용되는 '신체질량지수'는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보통의 경우 25㎏/㎡ 이상은 과체중, 30㎏/㎡ 이상은 비만으로 분류된다. 이 교수는 "신체질량지수와 사망률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과체중, 혹은 비만일수록 빨리 죽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1996년 미국 국립건강통계센터와 질병통제예방국에서 내놓은 공동연구결과를 보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백인 남성의 경우 사망률이 가장 낮게 나타난 체중 범위는 신체질량지수 23~29㎏/㎡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 산 남성들의 대부분이 미국 정부 기준에 의하면 과체중이라는 것이지요. 게다가 미국 정부가 가장 적정 체중이라고 제시하는 신체질량지수 19~21㎏/㎡에 속하는 백인 남성의 사망률은 정부가 비만이라고 규정하는 29~31㎏/㎡인 사람들의 사망률과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 사회는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비만의 위험성을 과하게 경고하는 것일까? 이 교수는 "비만이 하나의 의료상품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OECD 국가에 속하는 나라 중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말랐지만, 다이어트율은 가장 높습니다. 각종 학회에서 '우리나라 비만율이 심각하다'고 경고하고, 각종 보건정책도 비만을 퇴치하는 데 초점을 맞춰 세워지면서 비만의 위험성을 과대포장하고 있기 때문이죠. '비만'이라는 것이 많은 사람이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하나의 아이템이 되어버렸거든요. 초절정을 이루고 있는 다이어트 산업이 대표적인 예지요."

이 교수는 "사람이 먹고 움직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얻어지는 결과물인 체중이 하나의 '목표'로 여겨지는 현실이 안타까워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체중이 건강의 지표가 아닌데도 목표 체중에 다다르기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며 몸을 망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죠. 소위 '평균 체중', '이상(ideal) 체중', '희망(desirable) 체중'이라고 하는 것들은 다 20세기 들어 미국 건강보험회사가 만들어낸 개념들이에요. 사회가 발전하면서 미국인들의 영양섭취는 날로 좋아지고 체중은 증가일로를 걷게 되었는데도 더 각박한 기준을 적용해 미국의 비만 인구를 불려놓았죠."

연세대 체육교육학과 출신인 이 교수는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에서 운동과 체온 간의 관계를 조명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주·시차·더위·추위 등의 환경에 인간이 어떻게 적응하는가가 주 관심사다.

인터뷰 내내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많이 움직인다면 다소 살이 쪄도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 그의 체중은 얼마나 될까? 그는 "키 180㎝에 몸무게는 70㎏"이라면서 "신체질량지수는 21㎏/㎡로 소위 '정상체중'에 해당한다"며 웃었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2/05/20100205015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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