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국일보-삶과 문화] 행복한 인연/김대환(관현악전공)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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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인연은 건강합니다./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는 인연은 아름답습니다./ 누군가에게 꿈을 갖게 하는 인연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누군가에게 성장이 되게 하는 인연은 행복합니다.-천숙녀 시인의 <건강한 인연> 중에서. 지난 해 영재발굴 캠프의 폐회식 때 충남예고 교장 선생님께서 캠프에 참여한 모든 선생님과 학생들이 행복한 인연이었기를 바란다며 읊어주신 시의 한 구절이다. 영재발굴 캠프에서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어린 학생들에게 문화관광부의 지원으로 1주일간 무료교육 기회를 주었다. 비록 오랫동안 사제의 연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재능 있는 학생들과 음악의 즐거움을 나눈 한 주였다. 캠프를 마무리하는 자리에 편히 앉아 있다가 <건강한 인연>이라는 시를 듣고는 갑자기 마음 한 켠이 무거워졌다. 한 번을 만나든 수 백 번을 만나든, 선생이라는 직업이 학생들에게 꿈을 갖게 하고 성장하게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어서이다. 나는 그 동안 만난 학생들에게 어떤 인연이었을까? 행복하다는 표현이 조금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무한경쟁 시대를 살고 있다는 핑계로 그 책임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또 누군가에게 아름답지 않은 인연으로 남은 것은 아닌지,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베토벤은 그의 재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싶어 했던 아버지 때문에 4살 때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모차르트 같은 신동으로 이름을 알리고자 아버지는 베토벤의 나이까지 속여가며 연주회를 열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버린 아버지로 인해 베토벤은 결국 10살 때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불우한 가정환경이었지만 베토벤은 다행히 네페라는 좋은 스승을 만나게 된다. 진보적 계몽사상을 갖고 있던 네페는 음악의 기초뿐 아니라 폭넓은 교양 지식을 쌓게 해 사회적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베토벤이 스승 네페를 만나지 못했다면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그저 신동을 꿈꾸다 좌절하는 비틀린 인생을 살았을 지도 모른다.
이토록 한 사람의 인생의 동반자가 되기도 하고, 그를 통해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스승이다. 그러나 종종 들려오는 교육계의 어두운 소식은 스승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 일부이지만 스승을 지식을 전달 받기 위해 고용한 사람정도로 생각하는 학생과 학부형들의 인식 또한 안타깝기만 하다. 첼리스트 장한나는 훌륭한 스승을 만난 것에 가장 감사한다고 했다. 장한나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던 스승 미샤 마이스키에게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는 뒷날 너와 같은 재능 있는 제자를 만나면 열심히 가르쳐 은혜에 보답하라고 했단다. 그래서일까. 지휘를 하며 열심히 학생들을 지도하는 모습에서 보은의 마음이 느껴져 더욱 아름답다. 사제 간의 소중한 인연을 생각하며 서로 성장에 도움을 주고 내리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복한 인연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문보기 :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005/h2010051421344881920.ht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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