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국일보]술 대신 대화로 푸니 오히려 소통이 '술술'/이의용(교양과정부) 교수

14일 늦은 오후, 서울 강북구 우이동 'MT촌'에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박수소리는 기본, 몇 분이 멀다 하고 고함과 환호성이 끝없이 이어지는 한바탕 신명이다. 이날 MT 모임을 온 국민대 교양수업 '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이의용 교양학부 교수)의 수강생 58명은 오후 7시부터 여느 대학생 MT마냥 유쾌함을 맘껏 누리고 있었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모였으니 한잔 두잔 술이 오가고 거나하게 취하는 이들도 나올 법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 하지만 이게 뭔가. 여기저기서 "원샷(one-shot)!" 하는 고성이 이어지는데 당연히 보여야 할 술이 없다. 이온과 탄산음료가 종이컵에 가득할 뿐, 애당초 술 없는 MT란다.

대학 MT의 아련한 기억을 끄집어내 "술 없이 무슨 재미냐"고 물었더니 기다린 듯 답이 쏟아진다. "우린 술 없이도 잘 놀아요"(이승범ㆍ경영정보학 2), "술이란 게 억지로 먹이고 하잖아요. 건전하게 노는 게 좋아요."(이동후ㆍ경영정보학 2)

반장이라고 소개한 김규리(삼림과학대 2)씨는 한 술 더 뜬다. "과목 자체가 커뮤니케이션이잖아요. 소통하는 방법과 기술에 대해 열심히 배웠으니 술 없이 노래방에 가서도 즐겁게 놀 수 있어야죠."


그렇다면 이들은 술 대신 무엇을 즐길까. 물과 각종 음료, 과자류, 대전에서 직접 공수해온 멧돼지 삼겹살(저녁용)과 라면(아침용)을 포함하더라도 총 비용은 64만5,000원에 불과했다. 갹출한 2만5,000원의 회비를 합쳐 총 예산은 147만5,000원.

또 이날 모임은 학생들이 만든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가득했다. 자유형식 장기자랑, 촛불과 함께 하는 진지한 자기고백 1분 스피치, 수화 경연대회, 그리고 자유롭게 대상을 선정해 조별로 진행하는 밤샘 인터뷰가 이어졌다.

술 없는 MT는 이의용(57) 교수의 아이디어다. 그는 쌍용그룹 홍보실에서 일하다 20년 전 대학강단에 섰다. "교수에게 학생은 고객"이라는 지론을 지닌 그가 맡고 있는 '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매 학기초 학생들의 수강신청 전쟁이 벌어질 만큼 10년째 인기과목이다. 술 없는 MT도 1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 교수는 "최근 충북의 한 대학교에서 강요된 술을 마시다 한 여학생이 사망하는 등 매년 음주 때문에 젊은 학생들이 사고를 당하지 않느냐"며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는 MT가 결국 서로가 소통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문제점이라 생각해 제대로 된 소통을 하자는 취지로 술 없는 MT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유로운 수업으로도 유명하다. 출석을 부르지 않을뿐더러 수업 중에도 언제든 나갔다 들어올 수 있다. 뭘 먹어도 가만둔다. 그는 "전자카드로 출석 점검을 하는 곳도 있던데, 소통이 중요한 사제 사이에 그건 너무 비인간적"이라며 "자유롭게 해줬더니 학생들이 오히려 더 예의 바르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고 자랑했다.

이번 학기 그는 학생들에게 학점 잘 받는 기발한 방법을 고지했다. "애인을 만들어오면 가산점을 주겠습니다."

원문보기 : http://news.hankooki.com/lpage/people/201005/h201005162200329156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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