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상생협력으로 양극화 풀어야/김종민(경제학과) 교수

찰스 다윈은 저서 `종의 기원'을 통해 생존을 위한 투쟁이란 제한된 자원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환경에 대한 적응도가 뛰어난 종이 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발전 번영하게 된다는 설명으로 생물의 생존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에게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이라고 알려진 개념이다.

다윈의 설명은 한정된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는 기업 및 개인의 경제활동을 설명하는 경우에도 매우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적자생존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사람이 영국의 철학자이며 경제학자인 스펜서(H. Spencer)라는 점을 상기해 보면 경제현실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의 강한 설득력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다윈은 스펜서가 적자생존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후 종의 기원 5판부터 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으며, 원래 다윈은 자연선택 (natural selec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스펜서는 생존을 위한 경쟁과 적자생존의 법칙이 인간 사회를 지배하는 원리로 그대로 적용될 수 있으며, 이것이 소비자에게 외면 받는 회사가 경쟁에 의해 시장에서 도태되는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후 적자생존은 오히려 경제학에서 더 널리 쓰이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학에서의 적자생존이란 보다 나은 서비스 혹은 상품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사업자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되며,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끊임없는 경쟁에 적응하는 기업만이 성장하고 발전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인간의 경제생활은 자원의 희소성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따라서 조금이라도 더 갖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필연적으로 경쟁을 낳는다. 그러나 모든 경쟁에는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다. 사회의 진보는 경쟁의 압박아래 개인의 투쟁을 통해 얻어지며 국가의 역할은 이러한 생존 경쟁의 질서를 유지하는 정도로 축소되어야 한다는 스펜서의 주장이 훗날 불온한 정치철학과 결합되어 사회적 불평등ㆍ차별ㆍ정복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악용된 것도 따지고 보면 약육강식의 무차별적 경쟁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에서 경쟁의 규칙이란 한마디로 공정경쟁이다. 공정경쟁이란 시장이 건전하고 합리적으로 작동할 있도록 하는 경쟁 질서에 관한 합의이며, 잘 보장된 경쟁질서 하에서의 경쟁은 혁신과 효율성을 낳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시장에는 정글의 논리가 지배하는 극단적이며, 파멸적인 이익추구만이 남게 마련이다. 최근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이 부도위기에 내몰리는 등 기업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각종 뉴스 등은 이러한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금융위기를 벗어나고 있는 한국이지만, 그 이면에는 혹시 대기업이 지니고 있는 우월적 지위가 중소기업과의 거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의 눈길을 거두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중소기업을 상대로 대기업 등의 불공정행위가 있었는지 유관기관들과 협력해 민관합동 조사활동에 나설 계획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는 이런 점에서 매우 시의 적절하다고 하겠다.

대기업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자신이 지니고 있는 거래상 지위를 이용하여 납품단가를 낮추려는 시도는 일면 이해될 수 있으나, 남품업체의 위기는 결국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교훈을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결국 건전하고 발전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의 독식이 아닌 상생과 협력이 바람직하다는 인식과 이를 실현하려는 대기업의 의지가 경쟁 당국의 규제보다 더욱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0080202012351697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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