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겨레]국가경제에 기여하는 현대건설 인수전을/이수동(기업경영전공)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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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의 새 주인 찾기를 놓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현대건설 매각 본입찰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인수전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이번 인수전이 미칠 파급효과와 현대건설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이 그만큼 지대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2001년 뼈아픈 워크아웃에 들어갔을 때 대다수 국민들이 안타까워한 것은 당연하다.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대한민국 경제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있었다. 현대건설은 그런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켰다. 각고면려의 자세로 임직원이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워크아웃을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졸업했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블루칩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하지만 최근 현대건설의 새 주인 찾기를 둘러싼 여러 움직임에 대해 다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불거져 나온다. 공정한 경쟁규칙과 시장경제 원리, 인수 후의 시너지와 국익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하는 중대 사안에 검은 잉크가 번지듯 잡음이 섞이고 있다. 인수 후보 기업의 객관적인 경영능력보다는 ‘적통성’이니 ‘원주인’이니 하는 여론몰이용 단어들이 수시로 오르내린다. 서랍 속 과거사에 기댄 명분 흠집내기로 인수능력에 대한 논란에 물타기 하려는 시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장기적인 성장 마스터플랜보다는 높은 가격을 써내서라도 우선 ‘먹고 보자’ 식의 조급함도 벌써부터 감지된다. 자칫 잘못하다간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외부로부터 수혈한 막대한 금융 레버리지를 부담할 수 없어 모기업 전체가 뿌리째 흔들리는가 하면 인수 대상 기업의 가치를 과대 산정함으로써 인수 후 주가 급락 등 예기치 못한 돌발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 대형 엠앤에이다. 냄비가 과열되면 물은 반드시 넘치게 되어 있다. 지난 몇 년간 우리 기업의 대형 엠앤에이 실패 사례가 그 증거다.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은 무리한 욕심으로 인한 전형적인 승자의 저주를 초래했다. 쌍용차와 외환은행은 외국의 기업사냥꾼에 의한 국부 유출과 먹튀 논란까지 불러왔다. 현대건설 엠앤에이 역시 이런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면 해당 기업과 채권단뿐 아니라 국민까지 ‘축배’가 아닌 ‘독배’를 함께 나눠 마셔야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인수 후보 기업은 단순한 의지나 명분이 아닌 재무적 건전성, 경영 및 육성 능력, 시너지 효과, 인수 후 통합 역량(PMI) 등 새 주인으로서의 객관적인 자격을 국민과 채권단 모두에게 설득력 있게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채권단 역시 가격이 아닌 ‘인수 후 가치창출 능력’을 우선적인 결정 잣대로 삼아야 할 것이다. 시장경제 논리에 충실히 따르되 국가적인 이익도 철저히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조선, 반도체, 전자, 아이티(IT) 등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 이제는 경기변동에 따른 이들 산업의 불확실성을 적절히 보완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새 사업 포트폴리오가 절실하다. 건설업은 그러한 면에서 가장 유력한 산업이다. 2020년까지 연평균 9.2%의 누적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건설업에서도 이제 세계 1등 기업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우등생이 바로 현대건설이다. 건설업도 세계시장으로 더 시각을 넓혀야 한다. 건설업의 세계적인 패러다임 변화 역시 주시해야 한다. 건설업은 이제 노동집약적 단순 시공사업에서 복합화, 첨단화, 대형화, 친환경화의 미래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국내 대표 건설사를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성장시켜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최적의 ‘가치 사슬’(value chain)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누구냐를 선정하는 것 역시 이번 엠앤에이의 중요한 과제다. 원문보기 :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447918.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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