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국경제]IT 강국 코리아 걸림돌 '불법 복제',IT 코리아의 힘, 저작권에서 나옵니다/김은현(법학과 83) 동문

인터뷰 - 김은현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상근 부회장

그간 한국은 세계인들로부터 ‘정보기술(IT) 강국, 코리아’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안팎에서 이 같은 ‘IT 강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유는 우리가 정보통신 인프라, 휴대전화 등의 제조 기술의 선전에 안주하고 있는 사이 세계시장의 큰 흐름이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중심의 새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은현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부회장은 미래에도 글로벌 IT 산업의 리더로 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의 선결 과제로 저작권에 대한 인식 변화, 즉 “소프트웨어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게 당연시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2009년 한국의 반도체 부문 세계 시장점유율은 51%에 달합니다. 반면 소프트웨어 세계 시장점유율은 1.8%에 불과합니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위주로 변화하는 IT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추락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수치입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고용과 생산 창출 효과도 그 하나일 것입니다. 최근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과 IDC가 발표한 ‘2010 소프트웨어 경제 영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가 4년간 10% 감소하면 15억 달러(1조7000억 원)의 경제성장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함께 조세 수입 또한 7억 달러 정도 증가하며 1만 개의 신규 일자리도 창출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와 같은 분석은 곧 소프트웨어 산업이 곧 국가 경제 성장의 중요 원동력이자 새로운 경제 발전의 밑거름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불법 복제가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보셨다면 아실 겁니다.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를 쓰면 소요되는 비용이 없기 때문에 당장은 이익이 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입니다.

불법 복제로 인해 시장의 수요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업체로서는 손익을 맞추기 위해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이 불법 복제품 사용자들 때문에 높은 가격의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수밖에 없는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죠.

개발 업체 또한 실질적인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비를 보전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만큼의 공급량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없는 것이죠.

실제로 BSA가 발표한 2009년 세계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한국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은 41%에 달합니다. 이는 2008년 43%에 이르던 수치에서 2% 하락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7%와 비교하면 14%나 높습니다.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 회원국이며 G20 정상회의 의장국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큰 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의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 문화를 정착시키고 사회의 인식이 올바르게 바로잡힐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이와 함께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이들로 하여금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정부와 사법기관의 적극적인 개입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그에 따른 불이익이 반드시 뒤따른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에 대한 처벌을 좀더 강화할 필요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 통상 현안에서 지식재산권 분야의 협상이 큰 화두입니다.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위해 협회는 어떤 제안을 하고 있는지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국제 통상 관계에서 지재권 분야의 핵심은 ‘상생’입니다. 문제는 소프트웨어라는 저작물이 음악이나 영화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타 저작물과 많은 부분에서 성격이 다르다는 것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저작물은 문화 콘텐츠이자 소비재입니다. 권리자 쪽에서는 소비재의 확산을 차단하고 신속하게 처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다릅니다. 소프트웨어는 산업 기술이자 생산재이고 사용자 역시 개인적인 측면보다 기업 비즈니스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처벌보다 권리자의 이익을 보장해 주고 시장을 확대시키는 것이 중요하죠.

즉 저작권을 보호해 소프트웨어 산업을 향상,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문화 산업과 다른 소프트웨어 산업을 고려해야 합니다. 더구나 소프트웨어 기반이 약한 우리나라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겠지요.

FTA 이행 입법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업계의 걱정거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처벌 과정에서 처벌 규정을 비친고죄로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는 저작권법에 의해 친고죄를 적용해 처벌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피해 당사자인 기업이 직접 신고해야 처벌한다는 얘기죠.

하지만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가 비친고죄로 변화된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소프트웨어 저작물이라는 것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일반 저작물과 소프트웨어는 제작 환경이나 사용 환경이 기본적으로 다릅니다. 그뿐만 아니라 주요 침해자의 성격도, 침해에 대한 권리자의 요구도 다르죠.

그런데도 다른 저작물과 똑같이 비친고죄로 처벌하게 되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과도한 범죄자 양성이 우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그러면서도 권리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기업은 사용자를 ‘침해자’로 보기보다 ‘소프트웨어 구매 고객’이라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보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저작권법이 사용자를 범죄자로 만들어 처벌만 강화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결국 정품 소프트웨어 구매로 이어지지도 못하고 실수로 침해한 사용자나 잠재 고객마저 공정 시장으로 흡수되지 못한 채 불법 사용 시장에 남아 있게 될 것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소프트웨어 시장 자체를 위축시키거나 변질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업계, 또는 협회의 방침은 무엇인가요.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피해 보상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기업 사용자와 저작권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소프트웨어 분야라도 현행법대로 친고죄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더욱이 소프트웨어 분야의 친고죄를 유지하는 것이 FTA 협정에 위배되는 것도 아닙니다. FTA가 요구하는 부분만을 비친고죄로 하고 나머지 처벌 대상은 친고죄로 남겨두면 됩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침해자의 신속한 처벌보다 권리 보상과 적법한 소프트웨어 구매 유도가 더 적절한 해결책입니다. 친고죄 유지를 통해 권리자를 보호하고 다른 측면에서 사용자 기업을 보호하면 결과적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할 수 있게 됩니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가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협회는 많은 위기와 어려움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저작권 보호 활동을 통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을 낮추고 저작권 보호 인식을 개선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봅니다. 협회는 2010년 올 한 해 카피 제로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저작권 보호 인식 개선을 위한 라디오 광고 및 세계 지식재산권의 날 거리 캠페인, 학생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저작권 보호 캠페인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피 제로 캠페인이 우리나라의 저작권 보호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 산업이 ‘IT 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되찾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의식 변화를 가져오기는 쉽지 않을 텐데요.

물론 사회적 분위기라는 것이 갑자기 한순간에 바뀔 수는 없습니다. 협회 설립 이후 저작권 보호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세우기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제 협회는 그간 마련한 발판을 밑바탕 삼아 앞으로 10년, 저작권 침해 국가에서 저작권 보호 국가로 나아가는 가교의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또한 협회는 기존의 활동보다 더욱 다양하고 광범위한 캠페인과 교육 활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정부 및 유관 기관과의 유기적인 소통으로 정책적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도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약력 : 1963년생. 87년 국민대 법대 졸업. 89년 국민대 행정대학원 정책학 석사. 2006년 미국 스탠퍼드대 로스쿨 석사. 89년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2006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기획조정실 상무. 2010년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상근 부회장(현).

원문보기 :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1&nkey=2010110300779000311&mode=sub_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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