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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환율급락은 한국 경제에 독배/유지수(기업경영전공) 교수

3월 이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 최근 원화는 달러당 1050원인데,이는 불과 1년 전에 비해 12%나 하락한 것이다. 원화 환율은 다른 아시아 통화에 비해 가장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다는 것을 고려할 때 급격한 환율 하락은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 기업들은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국제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브랜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특히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이라는 국가의 프리미엄까지 더해져서 우리나라 기업의 이미지가 한 단계 상승한 것은 사실이다. 성공은 경계라는 초대장을 동반한다.

한국 기업의 성공은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계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일부 제품에서 '제값받기' 노력을 하는 틈을 노려 오히려 더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우리 기업을 괴롭히고 있다. 사실 패션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산업에선 가격경쟁력이 기업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무기 중 하나다. 한국제품의 브랜드 이미지가 상승한 건 사실이나 이는 불과 수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며 독일,일본과 같이 200년 가까이 산업화를 구축한 국가와는 아직도 차이가 있다. 브랜드 가치가 확고하게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가격경쟁력을 잃게 되면 한국 기업은 정상의 문턱에서 주저앉을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2006~2007년 900원대의 환율을 근거로 한국 수출기업의 경쟁력에 문제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시와는 달리 국제 원자재가격이 30% 이상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1000원 이하로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한국 수출기업에 치명적 독배가 될 수 있다.

환율 정책은 항상 불만을 초래한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이 웃고, 떨어지면 내수기업과 소비자의 표정이 밝아진다. 정부가 경제를 살리고자 추진한 환율 정책 때문에 기업만 이득을 보고 소비자는 고통만 보았다는 비판도 많다. 환율이 하락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반드시 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특히 소비자에게 가장 고통을 주는 '먹거리' 가격은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이다. 이는 환율 하락보다 유통구조 개혁이 더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고유가 때문에 자동차 몰기가 무섭다고 한다. 혹자는 환율이 하락해 싼 기름으로 마음놓고 운전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나 장기적 차원에서 볼 때 고유가 정책을 통한 에너지 소비 자제는 자원이 없는 국가에서 태어난 우리의 숙명적 고통인 것이다.

환율 하락에 대비해 수출기업이 수출 통화를 다변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환율 급락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다. 유로화도 동반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가절감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최근 도요타 사태에서 본 것 같이,조급하게 무리한 원가절감을 하면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수출하는 기업에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급격한 환율 하락으로 인한 외환시장의 혼란이다. 최근 미국 저금리 때문에 풍부해진 자금이 채권 매수금으로 한국에 대거 유입된 것이 문제의 근원이다. 만약 유럽 재정위기 확산,중국의 통화긴축 강화,미국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대거 유입된 자금이 급격히 이탈하며 외환시장에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중소 수출업체가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환율이 적어도 1136원 수준은 돼야 하는데 환율이 급락하니까 대응책으로 이색 옵션상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과거 키코(KIKO) 사태가 재발할까 우려된다.

외국인은 국내 채권에 투자할 때 만기 원리금의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반드시 헤지 거래를 수반했으나 최근엔 원화절상 기대로 헤지 없이 국내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이는 역외 선물환 시장,외국계 은행,국내 외환시장 참가자를 중심으로 원화 절상 기대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쏠림'은 원화의 급등과 급락을 불러 올 수 있다. 환율 안정을 위해 정책 당국과 시장참가자의 냉철한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원문보기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1080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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