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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자연의 제조방식 모방 신기술 발굴/자기조립소재공정연구센터

■ 글로벌 R&D중심 선도 연구센터를 찾아서
   국민대 자기조립소재공정연구센터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외부의 간섭 없이 자발적인 힘에 의해 생성되고 성장한다. 예를 들어 동물의 경우 가장 작은 단위인 DNA로부터 세포(cell)가 생성되고 세포가 성장하면서 기관(organ)을 형성, 이것이 서로 연결돼 하나의 생명체를 완성한다. 이 일련의 과정이 자기조립적으로 일어나면서 원자 단위로부터 최종물을 완성시키고 있는 것이다.

자기조립 방식은 최소 재료와 자체 에너지만을 이용해 최종물을 완성하기 때문에 재료와 에너지 낭비가 없는 자연 친화적인 제조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원자단위 조작으로 필요한 구조를 제작해 이를 산업 현장에 적용할 경우 기존 제조기술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연의 제조방법을 이용해 기존 제조기술의 경제적,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는 연구를 하는 곳이 국민대 자기조립소재공정 연구센터(센터장 이재갑)다. 이 센터는 이재갑 국민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를 중심으로 20명의 교수와 석ㆍ박사과정생 등 10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재갑 센터장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자기조립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들은 이미 상당 부분 정립됐다"며 "이제는 이론을 바탕으로 자연의 제조방식을 모방해 새로운 개념의 생산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경쟁이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조립 현상은 자연을 모방해 상온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져 이를 이해하고 응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한다. 연구센터는 화학, 물리, 기계, 전자 등 다양한 전공 연구자로 구성해 자기조립소재, 응용소자 및 분석 기술, 3차원 집적공정 등 세가지 분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각 분야에서 개발된 요소기술은 상호 보완 연구를 통해 최종적으로 자기조립 공정 성과로 산출된다.

센터의 대표적인 연구성과로는 분자의 정전기적 인력을 이용해 물질 표면에 원하는 특성의 박막을 형성하는 LBL(Layer-by-Layer) 방식의 공정이 꼽힌다. 이장식 국민대 교수는 조진한 고려대 교수가 개발한 새로운 LBL 자기조립공정을 이용해 비휘발성 메모리소자를 제작해 자연의 방법으로 반도체 소자를 구현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저비용으로 대면적 반도체 메모리 공정을 개발할 수 있다. 조 교수의 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발표돼 큰 주목을 받았고 현재는 후속 연구가 이뤄지면서 반도체 비휘발성 메모리소자, 생체 기억소자, 저항 기억소자, 염료감응형 에너지소자, 유기태양소자들로 확장되고 있다.

도영락 국민대 교수의 3차원 광결정(photonic crystal) 광학소자 자기조립법, 신현정 국민대 교수의 나노 단위 전기적ㆍ물리적 특성 측정 방법도 연구센터의 대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센터가 지난 3년간 발표한 논문은 국제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논문만 157편에 달한다. 논문 1편당 평균 저널 영향력지수는 3.318로 질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센터장은 이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요인으로 공동연구를 꼽았다. 매달 워크숍을 갖고 연구자들간 소통과 이해의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매주 외부 초청세미나를 열어 연구와 교육에 활력이 주고, 외부 전문가와 협력연구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 센터장은 "집단연구는 우수한 전문 인력이 모여 큰 울타리 안에서 하나의 공동목표를 향해 장기간에 걸쳐 발전해 가는 과정"이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하나의 큰 학문이 탄생할 수 있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센터는 그동안 개발한 다양한 자기조립소자들을 3차원적으로 집적시킬 수 있는 공정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노스이스트대학의 CHN(Center for High-rate Nanomanufacturing) 센터와 나노집적 공정에 대한 협력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어린 과학 꿈나무를 육성하기 위해 오픈 랩 등 중ㆍ고등학생 대상 최신 과학성과 체험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이러한 집단연구의 성과가 공유되고 후속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집단연구는 우수한 연구 인력을 키우고 연구성과를 높이기 위해 우리나라 학문과 산업발전에 매우 필요한 방식"이라며 "그러나 더 많은 성과를 위해서는 성과 평가시 집단연구에 가중치를 두거나 연구비를 인상하는 등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2011202011557744003

출처 : 디지털타임스 기사입력 2012-01-1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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