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국경제] [시론] 로스쿨 위기의 해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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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생 지역 편중…균형 못살려 최근 상당수 언론들이 취급하지 않은, 그러나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소식 하나가 있었다. 이달 초 필기시험을 통해 49명을 1차로 합격시킨 대한법률구조공단의 7급 공채 시험에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모두 불합격했다는 뉴스였다. 이들은 올해 1월 변호사 시험을 치러 합격했던, 그래서 나름대로 준비가 된 선수들이었지만, 비변호사들과의 경쟁에서 탈락했다. 지난 8일 전국법과대학협의회가 주최한 법학교육정상화와 법조인력 양성 제도 개선을 위한 대토론회가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있었다. 주제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출범 4년을 맞은 우리 로스쿨의 문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적어도 사법시험이라는 우회적 통로 하나 정도를 두지 않으면 조만간 ‘현대판 음서제’라는 불평등의 세대간 이전 문제뿐 아니라 법조의 경쟁력 상실이라는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결론을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었다. 웬만한 국내 로스쿨 3년을 다니기 위해서는 생활비가 최소한으로 잡아도 8000만원에서 9700만원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한 명을 로스쿨에 보내는 건 3~5명을 4년제 대학에 추가로 보내는 것과 같다. 로스쿨 고비용 해소를 위한 장학금 지급비율은 20~30%에 그쳐 로스쿨 인가 하한선을 겨우 넘기고, 생색내기에 그치는 사회적 배려 특별전형은 최소 선발 5%에 맞춰 놓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감사원에 의하면 부적격자들을 입학시켰다가 적발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최근 3년간 입학한 로스쿨생들의 61.4%는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 3구에 몰려 있는데, 이는 사법시험 합격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서울거주자가 18.7%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3.2배가량 많은 수치다. 지역균형개발을 내세웠던 로스쿨의 취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올 1월 첫 변호사시험의 경쟁률은 1.13 대 1이었다. 합격률을 75%로 못 박아 둔 법무부는 대규모 과락이 예상되자 채점에 참여한 실무자들을 상대로 “이미 1500명을 합격시키기로 결정 난 것이니 이들을 변호사가 아닌 법대 4학년이라 생각해 채점하고, 외부엔 절대 이들의 답안수준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한번 시행도 되지 않았던 변호사시험법을 개정해 “시험의 성적은 시험에 응시한 사람을 포함해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아니한다”로 만들어 둔 상태였다(동법 제18조 제1항). ‘상식 종결자’로 불리기에 부족하지 않다. 이렇게 숨긴 성적으로 법원, 검찰, 대형 로펌 등 소위 법조 주류 분야로 진출한 일부를 놓고 법조계 고위층, 정치권 인사 자녀들의 실명이 거론되는 등 말들이 많다. 어느 헌법재판관의 자녀가 로클러크(재판연구원)에 임명된 것은 언론사의 취재로 확인되기도 했다. ‘무관무직, 유관유직(無關無職, 有關有職)’의 연줄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크다. 들어가기만 하면 변호사 자격이 자동으로 주어지는 셈인 로스쿨은 선발 과정에서 주관적 평가가 결정적이다.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일반인들은 선발방식의 공정성에서 73%가 사법시험이 더 공정하다고 답했다. 흥미 있는 것은 로스쿨 체제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51%도 공정하게 뽑히는 확률은 사법시험이 더 높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2017년이 되면 로스쿨 출신자만 판사 검사에 임용된다는 것이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에게도 판사 검사의 길을 열어 둔 일본조차도 예비시험을 통해 로스쿨에 진학할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주고 있는 것은 무얼 말하는가. 독일은 무상으로 법과대학 교육을 시키고 사법시험을 치르게 하고 있고, 미국의 각 주도 우회로를 두고 있다. 공정도, 실력도 다 의심받는 ‘그들을 위한, 그들에 의한, 그들의 학교’가 대한민국의 법조를 주무르는 일을 막으려면 최소한 사법시험 하나쯤은 살려 놓아야 한다. 정의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양심과 상식 정도를 얘기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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