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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대선 정국만 되면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논의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대통령의 의제(議題)가 바뀌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조직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으니 이상할 것은 없지만, 문제는 이에 편승하여 국가의 미래보다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게 정부조직 개편을
유도하려는 이익집단의 활동이 정부조직의 안정성을 크게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조직 개편 논의의 근본 원인은 이명박 정부
출범 때 단행된 '대(大)부처 대(大)국' 주의에 입각한 조직 개편이 기대와는 달리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부처들이
통합되어 덩치는 커졌지만 늘어난 업무와 기능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 의제에 집중하면서 과학기술을 소홀히
했고, 지식경제부는 에너지자원 분야에 치중한 나머지 ICT 분야를 홀대하여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기술이나 ICT를
전담하는 독임(獨任) 부처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일견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초연구개발
능력의 취약과 ICT 산업의 경쟁력 저하가 전담 부처가 없었기 때문일까? 부처 통폐합 이후 정부는 혼합인사를 통한 화학적 융합을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교육부 공무원은 과학기술 분야로, 산업이나 에너지자원 분야의 공무원들은 ICT 분야로 교환 배치되었다. 즉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의 인사 시책에 따라 교환 배치되다 보니 "공무원들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식정보사회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ICT는 다른 분야와의 활발한 융합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고 있다. 최근
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ICT를 자동차·조선·정밀기계·우주항공 등과 융합시킨 융합 기술력의 도움이 크다.
스마트 그리드, 녹색성장 등 앞으로 우리가 주도해야 할 분야도 역시 융합 ICT가 핵심이다. 이렇게 ICT 융합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ICT만
생각하고 ICT만 담당하는 독임 부처를 만들 경우, 부처 할거주의가 심한 우리의 행정문화를 고려할 때 부처 간 갈등은 어떻게
될까?
영역 갈등 가능성은 과학기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모든 분야에서 연구개발은 필수적인데 과학기술 전담부처가 기초연구개발을
독점한다면 다른 부처들이 가만히 있을까? 실제로 과거 연구개발 분야에서 다른 부처들은 선수 역할만 하는데 과학기술부는 선수이면서 심판 노릇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대부처가 반드시 효율적이라는 증거도 없지만 독임 부처가 일을 더 잘한다는 보장도 없다. 과거 정보통신부는
국산교환기 개발이나 CDMA 상용화 등 성과도 많았지만 WIPI 의무화 고수, 무리한 WiBro 및 광고시장 없는 DMB 정책, 다른 부처들과
영역 갈등 유발 등 문제가 심각했다. 이에 대한 대응책이 없으면서 다시 독임 부처를 신설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자칫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민간의 창의와 시장에 의해 발전하는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산업의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역대 정권에서 요란하게
추진했던 조직 개편을 통해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적응기를 거치는 동안 막대한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공무원들은 5년마다
조직 수호를 위한 전투를 준비하게 되었고, 대선 과정과 맞물리면서 정부조직 개편을 내세워 표를 얻으려는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일 잘하는 정부를 위한 개편이라면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꼭 필요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해야 한다. 요란한 구호나 요구에 따라 시행하는
정부조직 개편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23/2012092301517.html
출처 : 조선일보 기사보도 2012.09.2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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