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중앙일보] 남-북-러 삼각협력과 러시아의 역할/안드레이 란코프(교양과정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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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오랫동안 한국의 미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변 4강 중 한 나라로 한국인들에게 여겨졌다. 실제로 지난 130여 년의
한국사를 돌이켜볼 때 러시아가 중요하거나 또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건이 많았다. 따라서 현재 남북관계나 향후 통일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러시아에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 입장을 잘 들여다 보면 이 같은 두려움은 근거가 없으며
러시아에 대한 기대는 과대평가되어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한편 남북 통일은 현재 러시아의 당면과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오히려 남북의 평화 공존이 최대 과제이며, 바로 이 부분에서 러시아는 매우 유익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변 강대국 중 북한이 쉽게 인정하는 중개자 또는 협력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러시아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러시아가 북한 내부문제에 간섭하거나 국내정치 상황에 영향을 줄 의지나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러시아를 신뢰한다는 것은 결코 의미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러시아는 중국이 북한 지도부에 야기하는 수준의 우려 대상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는 북한과의 대화에서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 개최될 수도 있는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정해보자. 1ㆍ2차 정상회담 개최지였던 평양이 또 다시 후보 도시가 되는 것은 적절한 선택이 아니라고 본다. 대신 블라디보스토크나 러시아 극동의 다른 도시가 3차 남북정상회담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러시아의 역할에 지나친 기대를 하는 것도 금물이다. 알려진 대로 벌써 몇 년째 한반도종단철도(TKR) 건설 협상이 진행되어왔고, 작년에는 남-북 가스관 연결 사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몇 가지 주요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확고하다면 가까운 장래에 이 두 프로젝트가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들도 많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철도 관련 협상이 결실 없이 15년을 끌고 있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이 프로젝트들이 매력이 있지만,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르는 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철도와 가스관 프로젝트 둘 다 수십 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요구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의 협상이 마무리 되고 건설 작업을 개시하는 순간 러시아 기업은 불안정한 한반도 정치상황의 볼모가 될 수 있다. 북한이 또 다시 선동에 나서거나 미국 또는 한국에서 신보수주의 세력이 등장한다면 건설 사업은 언제든 중단될 수 있고 그 경우 프로젝트에 투입된 막대한 자금은 증발해버릴 수 있다. 과거 소련이라면 이런 리스크를 감수했을지 모른다. 대형 프로젝트가 이 지역에서의 국가의 위신과 영향력을 크게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련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새로 탄생한 러시아는 위신과 영향력 확대를 목표로 수십 억 달러를 내던질 위험부담을 결코 안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가까운 미래에 가스관과 철도 사업 모두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다만 남북관계가 진지하고 공고한 안정의 길로 접어든다는 전제 하에서만 이러한 사업의 수행은 가능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이 러시아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러시아에 지나친 기대를 하는 것도 옳지 않다.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상호 협력을 위해 손을 잡는 일이다. 한국과 러시아 양국의 협력이 때에 따라서는 매우 생산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2/09/27/9073296.html?cloc=olink|article|default 출처 : 중앙일보 기사보도 2012.09.27 23: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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