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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2012 통일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07년부터 해마다 실시하는 이 조사는 한국 국민에게서
통일에 대한 열망이 식어가는 경향을 분명히 드러낸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008년 63.8%에서 올해 53.7%로 10%포인트나
하락했다. 특히 20대는 53.3%에서 40.8%로 급락했으니 청년들에게서 이 같은 하락세가 더 가파르다. 한국인은 젊을수록 통일에 대한 열망이
덜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1945년 분단 직후부터 '민족의 최고 소원'으로 여겨졌던 통일이 이제는 무관심이나 우려의 대상이 된
것이다. 통일 비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주원인으로 꼽을 수 있지만 이것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민족은 생물적·언어적 공동체라기보다 체험과
문화의 공동체에 가깝기 때문에 민족의식은 공유된 역사적 경험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남북한 국민이 너무나 상이한 사회적 체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세월이 갈수록 서로를 같은 공동체로 보기가 어려워진다. 한국의 미래와 후세들의 운명을 고려하면 이런 경향은 너무 위험하다. 통일 비용은
천문학적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통일 비용이 분단 비용보다 작다. 하지만 정치 통일 및 사회 통합은 국민에게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에
희생할 의지가 없으면 더 어려울 것이다.
물론 남북 회담과 타협을 통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통일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는
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은 시나리오다. 동서독처럼 한반도에서도 통일은 북한 내부의 변화 때문에 갑자기 닥쳐올 것이라고 예상된다. 바꾸어 말하면
통일을 위한 기회는 권력과 특권 유지만 생각하는 북한 세습정권의 붕괴에 의해서 조성될 수 있다. 그러나 흔히 '급변사태'로 알려진 이러한 환경
속에서 남한 국가와 사회는 다양한 도전에 직면할 것인데 통일을 위해 희생할 의지가 없으면 통일을 이룩하지 못할 것이다.
치명적인
위기에 직면할 북한의 소수 기득권 계층은 친중(親中) 정권의 통치하에서 특권을 그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의 개입을 요청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중국이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일지 아닐지를 결정하는 수많은 변수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국민의 태도다. 북한에 대한 통제보다
자신들의 지속가능한 고도 경제성장의 절대조건인 동북아 안정을 더 중시하는 중국은 한국이 한반도 북부에서 안정을 보장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고
판단하면 대북 개입을 불필요하고 부작용이 많은 정책으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민주국가인 한국에서 국민 대부분이 통일, 적어도 부담이 큰
통일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급변사태의 경우 한국 정부가 한반도 북부에서 경제 복구와 안정 유지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우유부단은 중국의 개입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또 통일 후 북한의 경제 복구 및 사회복지는 남한 국민에게 큰 희생을
요구할 것이다. 그들이 이러한 희생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면 정치 통일보다 더 힘든 남북의 사회적 통합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유감스럽게도
장기적인 분단의 조건하에서 통일에 대한 한국 국민의 관심이 줄어드는 경향은 불가피하고 막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2012 통일의식조사'가
다시 한 번 확인한 통일관의 이러한 변화는 한반도의 미래를 위협한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12/2012101202596.html
출처 : 조선일보 기사보도 2012.10.1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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