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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디자인은 디테일이다/송봉규(공업디자인과 98) 동문

 

그 성장과 활약을 죽 지켜보고 싶은 디자이너를 찾는다면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 두라. SWBK, 산업 디자인에 기반한 브랜드 컨설팅사다. 이석우(34)·송봉규(33) 공동대표가 운영하는 직원 9명 규모의 이 작은 회사는 법인설립 1년 만에 적지 않은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다.

이들이 취미처럼 만드는 가구 ‘매터&매터(Matter&Matter)’는 지난해부터 몇몇 카페에서 게릴라 전시를 열며 소비자들에게 그 이름을 각인시켰다. 서울 역삼동 ‘매터&매터’ 쇼룸에서 두 대표를 만났다.
 

디테일에 신(神)이 있다

탁자의 결은 부드러웠고, 의자의 선은 간결했다. 오래된 나무는 단단했고, 거기 담긴 10여 년 시간은 묵직했다. ‘매터&매터’, 디자인의 근본을 소재·물질에 두고 있다는 이름이다. 인도네시아의 오래된 집, 고기잡이 배 등을 해체·재공정해 만든 수작업 가구다.

“시간과 공은 더 많이 들어요. 폐목을 뜯어 거기 박혀 있는 경첩이나 못을 제거하고 구멍 안 난 부분을 골라서 다듬어야 하니까요”(송봉규).

대표작은 ‘레그 체어(Leg Chair)’. 개당 30만원 정도로 다소 부담스런 가격이지만 알음알음으로 찾는 이들이 많다. 국내 한 가구회사가 베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만큼 이들의 디자인을 탐내는 이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이들의 ‘작품’은 서울 시내 곳곳의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역 284(옛 서울역사)와 신림동 서울대미술관에서 옛 서울역사의 폐목으로 만든 가구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역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쟎아요. 내다 버릴 나무가 벤치나 테이블, 혹은 서울역의 모형 조각으로 남는 거죠.”

압권은 이들이 연출한 소격동 학고재의 ‘설화문화전-흙, 숨쉬다, 옹기’다. 전남 여수 김정길 옹기장의 작품 앞에 서면 센서가 작동되며 여수 앞바다 영상과 함께 파도 소리가 들린다. 허진규 옹기장의 물두멍(물을 저장하는 큰 그릇) 앞에선 고인 물에 빗방울이 떨어지며 만드는 파문을 보고 들을 수 있다.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지를 고민한다”는 SWBK의 철학이 담겼다.

“작업할 때 물고 늘어지는 스타일이에요. 죽을 때까지, 될 때까지 하는 거죠. ”(이석우)

“남들이 안 보는 것도 신경 써요. ‘설화문화전’ 도록을 만들 때 20∼30컷의 사진을 고르기 위해 1만장을 찍었어요.”(송)

때문에 이들에게 디자인은 곧 디테일이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그랬어요. ‘디테일(detail) 속에 신이 있다’고. 작고 숨겨진 것에 철학이 담겼다는 얘기죠.”(이)

“싼 가구들 보면 보이는 데만 비싼 소재 쓰고 뒤집어 보면 엉망이죠. 좋은 디자인은 앞뒤 없이 완벽을 추구합니다.”(송)

 

디자인계 ‘엄친아’

두 사람은 디자인계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다. 엄마가 버릇처럼 비교 대상으로 거론하는 완벽한 존재를 뜻하는 이 속어처럼, 나무랄 데 없는 이력을 지녔다.

각각 홍익대와 국민대 디자인과 재학시절 삼성그룹의 인턴십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를 거쳐 모토로라에서 이 회사 첫 스마트폰 ‘모토로이’를 디자인했다. 송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6년간 제품 디자이너로 일했다. 마지막으로 작업한 게 안드로이드 최초의 태블릿인 갤럭시탭. 최첨단 제품의 디자이너였던 두 사람은 2008년 겨울 의기투합해 주말 사무실을 차렸다. 자기만의 작업을 하고 싶어서였다.

대림산업이 이들에게 첫 프로젝트를 맡겼다. ‘e-편한세상’ 아파트의 디자인 컨설팅이었다. 아파트 주차 차단기가 올라가면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거주자들의 모든 동선을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조명·손잡이·스위치 등 수많은 소품의 디자인을 통일했다. 특히 찾기 쉽도록 항상 서 있는 오뚝이 모양의 라이트 리모컨으로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2009)를 수상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서울 스탠더드, 혹은 코리안 스탠더드라는 장기적 주제를 갖고 있다. 한국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는 디자인 회사를 만들고 싶다. 가령 일본의 생활을 잘 보여주는 대중 브랜드 무인양품(MUJI)처럼.”(이)

-거창하게 들리는데.

“우리는 콤플렉스가 없는 세대다. 선배들은 단기간에 산업화를 일궜다. 우리는 이제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 ‘2세대의 책임감’이라고 하면 거창할 지 모르겠지만.”(이)

 이들은 당장 내년에 좀더 저렴하게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가구 브랜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원문보기 :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2/10/30/9349461.html?cloc=olink|article|default  

출처 : 중앙일보 기사보도 2012.10.30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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