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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범죄의 수사와 공소 제기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이고, 정치인은 국회의원을 포함해 널리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권력의 획득과 유지에 노력하는 직업인을 통칭한다. 그러나 불과 41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들 모두 ‘검찰 개혁’과 ‘정치 혁신’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불행하게도 두 분야 모두 국민의 상당한 불신 대상이 되고 있음이 현실로 생각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 한 언론사와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파워 조직에 대한 신뢰도에 따르더라도, 검찰이나 정당의 순위가 주요 기업이나 헌법재판소 등에 훨씬 못 미치는 14위(검찰) 또는 17위, 21위, 24위(주요 정당) 등으로 나타난 결과로 보면 이러한 시각은 나름대로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또 검사나 국회의원이란 신분은 어느 쪽이든 권력에 가깝다는 보편적인 인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일반적인 국민이 가지는 일종의 신분 상승 욕구를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얼마간이나마 채울 수 있다는 부정적 유인(誘因)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런 때문일까. 근간에는 검사직을 사임한 후 정치인으로 변신한 인사들의 모습도 전보다 더 흔히 볼 수가 있다.
그러나 검사의 업무가 합리적·분석적 접근을 요하는 데 비해 정치인의 업무는 보다 포괄적인 협조와 타협을 전제로 하는 노력이 필요한 탓인지, 검찰과 정치의 세계에서 예컨대 5·16 이전 민주당 시절의 엄상섭(嚴詳燮), 조재천(曺在千) 같은 분 정도로 국민적 평가를 두루 받는 이도 쉽게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 검찰에 의한 수사나 소추(訴追)를 받는 정치인도 지난날 권위주의적 정부의 부당한 행태에 맞서 당당하게 소신을 폄으로써 국민의 광범한 호응을 받던 이들보다 정치자금이나 선거와 관련된 법률 등을 위반해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변호인과 한정된 지지자들의 조력(助力)을 받는 이들이 유달리 자주 눈에 띈다.
사실 검사는 준(準)사법기관이기는 하지만 행정부에 속하고,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은 입법부 소속이므로 양 기관 간에는 기본적으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용하도록 돼 있다. 그 사이는 가깝기보다 먼 것이 오히려 헌법정신에 부합한다고 봐야 한다.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不逮捕)특권을 보장한 것이나, 국정감사 역시 재판이나 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도록 법이 정한 것도 모두 그러한 취지일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과거의 예이기는 하지만 정치인이 영장집행을 피하기 위해 당사에서 농성을 하거나 정략적인 회기 연장으로 법 집행을 회피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유로, 검찰 수사도 그 대상자의 정치적 신분을 불필요하게 고려, 비호하는 듯한 인상을 줘선 안된다. 또한, 정치의 영역을 미시적인 법 집행의 시각으로만 재단해 국민의 보편적 법의식과 괴리를 보이는 것과 같은 사례도 피할 수 있는 성숙함을 이제는 당연히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은 대선 후보들의 진영에서 기소배심이나 중요 경제사범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의 확대와 같은 주장들이 왜 나오는지를 숙고하면서 보다 추상같은 법 감시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 때마다 얼마나 많은 의혹과 불신이 떠돌아다니며, 국정감사 때마다 대기업 회장들을 불러대는 국회의 행태를 국민이 얼마나 비웃고 있는지를 직시하면서, 한층 담백하고 겸허한 몸가짐으로 법을 지키는 올곧은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제 신파(新派) 영화 시대의 ‘검사와 여선생’같은 미담은 있을 수가 없다. 무릇 검사들은 오는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검찰 개혁을 위한 당연한 공약처럼 거론되고 있는 공직자비리수사처나 상설특검제 구상과 같은 공통된 발표를 보면서 분노하기보다는 냉철히 자성(自省)해야 한다. 정치인들 역시 쇄신, 혁신을 내세우는 후보자들의 공언을 마음 깊이 듣고 새기면서 참된 회오(悔悟))와 경장(更張)의 의지를 새롭게 다져가야 할 때다.
원문보기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10801033037191002
출처 : 문화일보 기사보도 201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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