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국경제]"시론" 부작용 많은 청년고용의무제 / 류재우(경제학과) 교수
우리 사회의 청년고용 문제가 심각하다. 20대 실업률은 6.5%로 전체 실업률인 2.9%보다 훨씬 높다.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 청년백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일을 하거나 찾지 않으면서 교육훈련 과정에 있지도 않은 청년 비구직 니트(NEETㆍ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가 100만명이나 된다. 10년 전의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우리는 보통 학교 졸업 후 취업해서 현장훈련을 통해 숙련도를 높여간다. 그 결과 임금이 상승하고 그에 맞춰 결혼ㆍ자녀양육 등 정상적인 생애 사이클을 살게 된다. 청년백수의 증가는 미활용 인적자원이 증가하고 삶이 정상궤도에 들지 못한 채 나중에 국가의 시혜적 복지에 의존할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 양극화와 저출산 문제를 심화시키기도 한다. 청년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가 된 이유다.

고용의 질, 노장년층 일자리 악화

이에 정치권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공공 부문과 대기업이 매년 상시고용 인원의 5%(또는 3%)를 미취업 청년 중에서 고용할 것을 의무화한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그러나 선한 의도와 달리 이 정책은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우선 합목적성이 의문시된다. 고용의무제는 보통 차별시정을 위해 사용된다. 차별 받는 집단은 아예 숙련 노력을 포기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낮은 경제적 지위가 영속된다. 역차별 논란에도 불구하고 고용의무제가 여성ㆍ소수인종 등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것은 이를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청년층은 차별의 대상이 아니므로 고용의무제 대상이 될 이유가 없다.

고용의무제는 단기적으로 고용을 증가시킬 수 있겠지만 고용의 질을 악화시킬 것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 2009년 정부가 청년고용을 압박하면서 무급 인턴 등 저임금ㆍ단기고용이 늘어났던 경험이 있다. 중장기적 고용효과 역시 부정적이다. 우선 과다고용으로 비용이 증가하면 총고용은 감소하게 된다. 의무비율을 채우기 위해 비청년 고용을 줄여 지금도 심각한 노장년층 고용 문제가 더 악화할 수도 있다.

?년 고용의무제의 혜택을 받는 이들도 이를 오래 누리지는 못할 것이다. 2009년 입사한 청년층 가운데 1년 뒤에도 남아 있는 청년의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에서 볼 수 있듯 고용의무제는 신입직원의 중도탈락률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중도이탈자들은 취업 눈높이가 높아진데다 '탈락자'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다른 기업에 취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의무제가 없었더라면 중견기업에 취업했을 청년들이 갈 곳을 잃고 청년백수가 돼버리는 것이다.

미취업 청년 중에서 채용하라는 부분도 문제다. 청년층은 취업경험자의 60%가 두 번 이상의 취업경험을 가졌을 정도로 직장이동이 활발하다. 미취업 청년을 취업 미경험자로 정의하면 취업 경험자들은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는 청년층의 직장이동을 막고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다.

성장잠재력, 고숙련 서비스 키워야

공공 부문의 경우 고용할당제와 정년연장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부채 문제가 심각한 공기업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국민부담을 늘릴 것이다. 매번 부르짖어온 공기업 효율화와도 상치된다.

저출산 문제를 결혼 의무화로 풀 수 없듯이 고용의무제는 청년고용 문제의 올바른 해법이 될 수 없다.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더라도 성장잠재력 확충, 규제완화를 통한 고숙련 서비스 산업 육성, 고졸취업 활성화를 통한 대학교육 수요 감축, 노동시장에서의 미스매치 축소 등을 통해 고용을 늘리는 일에 정책역량을 집중할 때다.

원문보기 : http://economy.hankooki.com/lpage/opinion/201211/e201211071835359693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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