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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쿠페 미학의 난형난제 ‘벤츠 CLS·CLA’, 피는 못 속여!/구상(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벤츠 CLS는 자동차 디자이너들을 충격에 빠뜨린 쿠페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를 위해 편안함과 실용성은 포기해도 좋다는 쿠페에 대한 인식을 바꿔놨기 때문이다.

2003년에 처음 등장한 1세대 CLS는 쿠페의 우아하고 다이내믹한 매력에 세단의 편안함과 실용성을 결합해 4도어 쿠페 세그먼트를 개척했다.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유럽 자동차 전문지들은 ‘최고의 럭셔리카’라는 찬사를 쏟아냈고, 17만명이 CLS(1·2세대 포함)를 구입했다.

4도어 럭셔리 쿠페 원조인 CLS 이후 폭스바겐 CC, 아우디 A7, BMW 6시리즈 그란 쿠페 등이 잇달아 등장해 4·5도어 쿠페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쿠페의 정의도 정통적인 세단 구조에서 뒷좌석 비중을 줄이고 2개 문을 붙였다는 것에서, 더 개성적이고 역동적인 ’쿠페스러운’ 차체 스타일을 가졌는가의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CLS 동생 ‘CLA’도 형에 버금가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소형차로 4도어 쿠페 계보를 잇는 모험을 처음 시도한 모델이다. 2013년 독일 아우토빌트 디자인 어워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로 선정되는 영예도 차지했다. 벤츠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난형난제 ‘CLS·CLS’의 매력을 짚어봤다.

◆벤츠 CLS

승용차들은 다양한 용도와 기능에 따라 모양이 달라져 세단(sedan), 쿠페(coupe), 스테이션 웨건(station wagon) 등으로 구분된다. 이런 구분이 최근에는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다. 벤츠는 2006년쯤 ‘비전 CLS’라는 콘셉트카를 내놓은 뒤 2007년에 CLS라는 이름의 쿠페형 세단을 출시했다.

CLS는 4도어 세단 본래의 정통성(正統性; orthodoxy)과 2도어 쿠페(coupe)의 스타일리시(stylish)한 특성을 결합한 차량이다. 이후 여러 메이커들이 이와 유사한 성격의 세단들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사실 세단은 가장 균형 잡히고 편안한 차량인 동시에 가장 격식 있는 차다. 옷으로 말하자면 정장과도 같은 성격이다. 보수적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쿠페는 개성을 강조할 수 있으면서 멋있지만 승용차가 지닌 안락함이나 실용성은 부족하다.


 모순(矛盾)된 두 차종의 장점만을 모은 것이 ‘쿠페형 세단’이다. 넉넉한 뒷좌석 공간의 세단과 날렵한 스타일의 쿠페를 양립시킨 CLS는 2세대 모델로 풀모델체인지됐다. 또 그 세단(?)형 차량의 스테이션 웨건 모델로 CLS 슈팅 브레이크가 등장했다. 슈팅 브레이크(Shooting Brake)는 사냥을 떠나기 위해 사람과 장비를 실어 나르던 운송수단을 뜻한다. 1960년대와 70년대 영국에서는 쿠페에 넉넉한 적재공간과 테일 게이트(tail gate)를 더한 2도어 스포츠카를 슈팅 브레이크라고 불렀다.

도어 섀시(sash)가 없이 하드톱(hard top) 세단으로 만들어진 신형 CLS 세단의 측면 디자인에서는 뒤쪽으로 갈수록 우아하게 흘러가는 드롭핑 라인(dropping line)을 볼 수 있다. 이 캐릭터 라인은 신형 S클래스를 비롯해서 CLA 모델 등 최근의 벤츠 승용차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스타일 요소다.

차체 측면 유리창(greenhouse) 이미지는 부메랑이나 초승달 같은 인상적인 그린하우스 디자인을 보여준다. 유리창과 도어 패널의 경계선인 벨트라인(beltline)이 높게 설정돼 자못 공격적이고 스포티한 인상이다.

뒤쪽에서 본 모습은 LED를 쓴 테일 램프의 형태가 마치 뒤쪽으로 힘껏 잡아당겨진 새총을 연상시키는 유리창 디자인과 어우러져 마치 손을 놓으면 튕겨져 나갈 것 같은 인상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세단과 쿠페를 양립시킨 콘셉트의 벤츠 CLS클래스는 4도어 세단과 2도어 쿠페를 양립시키면서 경계가 무너진 모습을 보여준다. 실용적인 세단과 스포티한 감성의 절충점을 찾아내서 구체화한 작업에서는 ‘벤츠 디자인의 힘’이 느껴진다.

◆벤츠 CLA

새로 등장한 벤츠의 CLA 모델은 신형 S클래스의 축소판 같은 이미지의 차체 디자인을 보여준다. 차체 측면 캐릭터 라인 구성이나 A필러에서 C필러로 이어지는 그린하우스의 흐름,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전반적인 이미지 등은 신형 S클래스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졌다.

차체 크기는 신형 S 클래스보다는 훨씬 작지만, 전체적인 차체 스타일 이미지는 신형 S클래스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한다.


 사실 신형 S클래스도 고급승용차치고는 매우 스포티하게 디자인됐다. CLA 모델은 도어 섀시(sash)가 없는 하드톱(hardtop) 구조의 차체로 스포티한 느낌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신형 S클래스보다 더 스포티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 뒷문에서 시작되는 또 하나의 캐릭터 라인을 추가했다. 이 캐릭터 라인은 뒤 펜더를 거쳐 테일 램프까지 이어진다.

후드 분할선의 경우 보행자보호 규제에 따라 그릴을 둘러싼 범퍼 구조물에서 거의 한 뼘에 이르는 폭을 띄워 헤드팸프 형태와 별개의 곡선으로 설정됐다. 조금은 의외의 형태인데, 후드 분할선을 설정한 디자이너들 역시 최적의 답을 찾기 위해 수십 번 선을 바꿔 보면서 심사숙고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벤츠 CLA의 스포티한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은 실내 시트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물론 뒷좌석까지도 모두 헤드 레스트 일체형의 버킷(bucket) 시트를 적용했다. 시트 형태로만 본다면 마치 포르쉐 911 모델 시트를 연상시킨다.

헤드 레스트 일체형 시트는 착좌감이나 후면 추돌 때 승객 목 보호 성능 등은 뛰어나지만, 운전석에서 후방 시야 확보나 뒷좌석 승객의 전방 시야 확보에서는 불리하다.

벤츠 CLA가 이런 형태의 시트를 썼다는 것은 스포티한 주행성능에 초점을 맞췄다는 의미다. 한편으로 뒷좌석에 헤드 레스트 일체형 버킷 시트를 적용했지만 중앙에도 좌석벨트를 마련한 것은 일반적인 5인승 세단의 실용성도 고려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차체 측면 이미지에서는 앞바퀴 굴림 방식을 채택하면서 상대적으로 앞 오버행이 길어 보인다.
앞 오버행의 절대 길이를 본다면 S클래스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만, S 클래스는 앞 펜더의 오버행이 휠을 중심으로 균형적이면서 후드가 긴 반면, CLA는 전체적으로는 경쾌한 느낌이지만 앞 오버행은 상대적으로 길어 보인다. 이를 통해 S클래스는 보수적 이미지를, CLA는 경쾌한 이미지를 줘 소형 스포티 세단의 이미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원문보기: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44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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