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진상 면접관'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 김세준(교양대학) 겸임교수

2016년 상반기 공채가 본격화되면서 곧 면접이 시작될 것입니다. 이미 시작된 곳도 있겠지요. 

2년 전 대학에서 제 수업을 듣던 한 여학생이 대기업 면접을 보고 온 적이 있습니다. 학생의 표정은 좋지 않았습니다. 궁금해 하는 저에게 이 학생이 말했습니다. 

“저 면접 보러 갔다가 기분이 너무 나빴어요. 아무리 기업의 면접관들이 ‘갑’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유분수지 어쩜 그리 지원자들을 함부로 대할 수 있지요? 면접관들이 다 진상 같았어요."

비슷한 시기에 호텔리어 면접을 보고 온 남학생의 이야기도 비슷합니다.

”면접관이 다섯 분 정도 계셨는데요. 맨 끝 자리에 앉으신 분은 다소 건방진 표정으로 의자에 삐딱하게 앉으셔서 지원자들이 답변을 할 때마다 피식피식 웃으시더라고요. 놀리는 것도 아니고. 어찌나 기분이 나쁘던지….” 

많은 취준생들에게 아마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작년 언론을 통해 유명해진 이야기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면접관들의 불친절하고 냉소적인 태도를 견디다 못해 면접장을 빠져나오면서 ‘저도 이 기업의 고객입니다’라고 외쳤다는 한 취준생의 이야기를. 

도대체 왜 면접관들의 일부, 혹은 전부는 진상을 떠는 것일까요? 진상이라는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취업준비생들이 흔히 쓰는 표현이기 때문에 저도 진상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쓰기로 했습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계신 면접관들께서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사실 진상을 떠는 면접관은 원래 성격이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많은 부하직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상사이며, 가정에서는 따뜻한 아버지이자 가장들입니다. 그런데 면접관의 역할만 부여 받으면 왜 그렇게 변할까요? 저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일부러 그런 역할을 부여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끈기나 인내가 약하다고들 합니다. 상사의 권위를 이해하지 못해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서비스 현장에서 다양한 요구 사항을 가진 고객님들을 대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들이 바로 ‘1년 이내 사직’이나 ‘저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미리 겪도록 함으로써 위기관리능력, 스트레스 관리 능력, 재치, 순발력 등을 파악하고자함은 아닐는지 잘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기업들이 인성검사를 통해 ‘공격적, 부정적, 충동적’ 성향을 왜 점수로 매기는지도 한 번 잘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요즘 우리나라 기업들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기업에 다니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마어마한 경쟁에 따른 실적 스트레스, 지속적인 야근, 그리고 구조조정 등을 겪으면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둡고 무거울 때가 많다고 합니다. 특히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나면 남아 있는 자들의 고통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버틸 수 있으려면 상당한 인내, 끈기, 긍정성 등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면접관들이 점점 더 진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닐까요? 

두 번째는 면접관은 진상을 부리지 않았는데 지원자 스스로 그렇게 느끼는 경우일 것입니다. 작년 초 필자는 모대학교에서 모의 면접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한 학생이 외국에서 10년을 살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어로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했습니다. 이 학생의 답변은 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외국에서 살지 않았던 사람도 할 수 있는 평범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외국에 오래 산 사람 같지는 않네요.”라고. 이 학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고, 한 번 위기관리 능력을 테스트 해보고자 하는 마음도 없었습니다. 그저 느낀 그대로를 이야기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은 순간 불쾌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이후의 질문들에 대해 답변을 할 때도 제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안 이야기인데 학교 담당자에게 ‘인신공격을 당했다’라고 항의를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설령 제가 일부러 기분 나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그랬다고 칩시다. 기업에 입사를 하게 되어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이 정도는 정말로 사소한 지적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를 가지고 ‘인신 공격’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금방 얼굴 표정에 불쾌한 감정이 드러난다면, 그 어떤 상사가 그 어떤 고객이 이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하겠습니까? 

마지막으로, 면접관의 입장에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때도 있습니다. 모든 지원자들은 면접장에서 ‘뽑아만 주시면 뼈를 묻겠다’, ‘청춘을 바치겠다’, ‘평생 충성을 다하겠다’ 등과 같은 엄청난 맹세를 서슴없이 합니다. 어떤 사람은 ‘1년간 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까지 합니다. ‘이번에 떨어져도 다른 곳은 지원하지도 않고 다시 이 곳에만 지원하겠다’고도 합니다. 

이 말들을 그대로 믿고 최종 합격을 시키면 대기업의 경우 평균 30% 이상이 입사를 하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면접관들이 보기 좋게 속은 것이지요. 물론 기업에게도 큰 타격일 것입니다. 어떤 기업에서는 입사하지 않은 사람을 합격시킨 면접관에게 불이익을 준다고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당신이 면접관이라면 과연 지원자들에게 마냥 친절하고 자상할 수 있을까요? 

다행히도 요즘 기업들은 기업의 이미지 손상을 막기 위해 면접관들에게 심하게 압박을 하거나 인신 공격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질문들을 되도록 하지 말도록 방침을 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진상 면접관에 대한 뒷말들이 나올 가능성은 점점 낮아질 것입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진상 면접관의 역할을 맡았던 저의 지인이 소주 한 잔 하는 편한 자리에서 하신 말씀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심하게 압박하는 역할을 어쩔 수 없이 떠맡았는데, 하고 나면 지원자들에게 참 미안합니다. 지원자가 미워서 그러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아무한테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주로 합니다. '이 사람이 이 정도의 압박쯤은 거뜬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이겨내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내 밑에 막내로 쓸 텐데…'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인생의 선배로서 가끔은 실망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겨우 이 정도도 못 이겨내면서 앞으로 무슨 큰 일을 해낸다고 저리 큰 소리들을 칠까.” 

◇김세준 국민대학교 겸임교수는… 아시아나항공 인사팀 근무, YBM 컨설턴트로 활동중이며 저서로는 ‘뽑고 싶어 안달나게 하는 자기소개서’, ‘뽑고 싶어 안달나게 하는 면접 답변법’, ‘자기소개서 비법 노트’, ‘대기업 합격 자기소개서 사례 및 해설집’, ‘당신이 취업에 실패한 33가지 이유’, ‘고졸 취업’, ‘로스쿨 자기소개서와 면접’, ‘내 이름이 뭐예요?’, ‘신입사원 3개월 핵심인력 30년을 좌우한다’, ‘슈퍼 신입사원’, ‘매직잡 - 한미FTA 이후 유망 직업 100선’ 등 총 20권이 있다.

 

원문보기 :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6033120351830361&outli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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