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서비스경제 패러다임 전환 시급하다 / 김현수(경영학부) 교수

한국 글로벌 경쟁력 위해 서비스 산업 집중 육성해야
유형 재화 중심 구조에서 패러다임 전환 시급
서비스 산업 발전해야 제조업도 함께 성장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한중 FTA 비준동의안이 처리됨에 따라 14억 인구의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과의 FTA는 큰 변화를 예고한다. 제조업뿐 아니라 내수 산업 성격이 강한 서비스산업도 이제 수출 증대와 글로벌 경쟁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가 됐다. 제조와 서비스 모두 초경쟁시대의 서막이 올랐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경제역사에서 큰 전환 선언을 한 것은 두 번 정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우선 1392년 7월 17일 조선왕조가 건국하면서 추진한 억상 정책이 큰 전환이었다. 조선왕조의 건국은 정치적으로는 1인 왕 중심 국가에서 다수 사대부들이 중심세력으로 부상한 발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비스경제 역사로 볼 때는 서비스업의 중심이 되는 상업의 지위하락으로 서비스경제 역사가 후퇴한 날이었다고 볼 수 있다. 조선왕조 전기에 어려웠던 상업이 후기에 들어서는 상당부분 활성화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사농공상 위계하에 공업과 상업이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조선왕조의 영향력은 상당히 커서, 대한민국 건국후에도 상당기간 영향력이 이어졌다. 우리가 제헌절로 기념하는 제헌헌법 공포일이 7월 17일인 것도 조선왕조 건국일인 음력 7월 17일을 양력으로 이어받은 것이었다 하니, 사상적 기반은 큰 변화가 없었다고도 볼 수 있다. 경제시스템도 사농공상 위계 체제를 대체로 계승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큰 변화는 1962년 1월 13일에야 나타났다. 이날 정부가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발표하면서, 제2차 산업의 성장에 중점을 두어 산업구조의 정상화를 추진했다. 공업화의 기반을 만들어 경제발전을 가속화했다. 공업이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지난 50여 년간 한국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하였지만, 향후의 경제는 쉽지 않은 상황이 예상된다. 성장을 지속하고 일자리를 계속 창출하기 위해서는 또 한번의 큰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공급과잉이 대세가 되면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 경제가 됐다. 자유무역협정(FTA)체결이 많아지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고객의 힘이 더욱 커졌다. 과학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산업간 융합이 가속화되고, 제품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소비자에게로 힘의 중심이 이동됐다. 결국 제조업 중심 경제로는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없게 됐다. 제조업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와의 접점에 있는 서비스산업이 발전해야 경제회생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게 됐다. 서비스산업이 취약하면 제조업도 취약해지고, 서비스산업이 발전해야 제조업도 발전하는 제조와 서비스의 순망치한 경제가 됐다.

이제 다시 한 번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할 때가 됐다. 제조업과 함께 서비스산업도 글로벌경쟁력을 가지는 한국경제의 주력산업으로 발전시키자는 선언을 하고 서비스산업발전장기 계획을 세울 때가 됐다. 산업 및 사회구조를 사와 농과 공과 상이 모두 같은 중요성을 가지는 수평적 경제체제로 선진화할 것을 선언할 때가 됐다. 수평적 구조로의 전환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랫동안 뿌리깊은 수직적 산업위계 구조를 수평적구조로 바꾸는 일이 쉽지 않고, 유형적 실체재화 중심의 경제를 무형적 관계재화 중심의 구조로 바꾸기도 쉽지 않다. 서양사회는 동양사회보다 수평적 구조의 전통이 강하고 또 무형적 재화의 거래나 가치 인정 전통도 강하기 때문에 서비스 중심 경제로 전환이 비교적 용이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오랜 수직적 문화와 유형 재화 중심의 경제구조로 인해 서비스경제로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서비스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특별한 전략이 필요하다. 

경제와 사회의 주요 주체가 모두 참여하는 서비스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 추진 조직이 필요하다. 서비스산업의 중심을 내수 중심에서 글로벌 중심으로 전환 추진하는 조직도 필요하다. 주요 주체들이 함께하는 경제 패러다임 전환 대형 콘퍼런스도 필요하다. 12월 16일 서비스강국코리아 행사가 이러한 목적으로 개최된다. 모두 함께 한국경제사의 패러다임 전환 주체가 될 필요가 있다. 

김현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서비스사이언스학회 회장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512080210235160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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