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결정적 순간의 ‘1m 퍼팅’… 복식호흡으로 ‘초킹’ 완화를 / 최우열(체육대학) 겸임교수

세상에서 가장 먼 1m

당연히 넣어야 할 거리라 부담 
우승까지 걸리면 압박감 극심 
의지와 무관한 교감신경 활성화 
심박·호흡 증가 근육 단단해져 

깊은 들숨 - 느린 날숨 긴장 완화 
80% 내쉰 후 숨 멈추고 타격을 
루틴 정확히 지키는 것도 도움

최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1m 안팎의 짧은 퍼트 실수로 우승의 향배가 갈리는 사례가 빈번히 나왔다. 지난 4월 롯데렌터카여자오픈에서 김민선이, 한 주 뒤 셀트리온퀸즈마스터즈에서 김보아가, 그리고 다음 대회인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에서 최예림이 마지막 날 마지막 홀의 1m 남짓한 퍼트를 넣지 못해 우승 기회를 놓쳤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리스F&C KLPGA챔피언십에서도 최혜진은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1m가량의 퍼트 실패로 연장전에 끌려갔다가 가까스로 우승을 차지하며 안도했다. 5월 열렸던 E1 채리티오픈에서는 4번이나 계속된 연장전 끝에 김지현이 80㎝ 거리의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임은빈에게 우승을 양보한 모양새가 됐다. 

뭐니 뭐니해도 골프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가장 강렬한 짧은 퍼팅 실수는 201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나온 김인경의 40㎝ 파 퍼트일 것이다.

PGA투어 통계에 따르면 1m 거리의 퍼트 성공률은 90%가 넘는다. 중압감을 주는 공식대회가 아니라면 아마도 성공률이 100%가 될 정도로 투어프로에겐 무척 쉬운 퍼트다. 결정적 순간의 1m 퍼트는 기술보다는 마음의 문제라는 말이 설득력 있는 이유다.

심적 부담이 적은 상황에서는 자신의 기량을 다 발휘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평소보다 못한 실력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골퍼의 마음속에는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일까?

1m 안팎의 짧은 퍼트는 쉬운 만큼 당연히 넣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다. 넣어봐야 본전이고 못 넣으면 바보가 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우승까지 달린 상황이라면 골퍼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심리적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종목은 달라도 무조건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농구의 자유투나 축구의 승부차기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의 하나인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된다. 자율신경계는 말 그대로 우리의 생각이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신경계다. 

인간이 맹수의 위협 같은 위급 상황에 부딪히면 교감신경계는 죽기 살기로 싸우거나 빨리 도망가도록 코르티솔이나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해 우리 몸의 자원을 총동원하고 준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최대한 많은 힘을 내기 위해 심박 수는 증가하고 호흡은 가빠지며 혈관은 수축한다. 

이와 함께 부상을 막기 위해 근육은 단단해지고, 체온을 빠르게 낮추기 위해 땀 분비가 증가한다. 긴장하면 흔히 경험하는 신체적 현상들이다. 이런 흥분 상태에서 퍼트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부정적인 생각까지 겹치게 되면 골퍼는 마치 목이 졸리는 듯한 느낌과 함께 극도의 불안상태에 빠지게 된다. 스포츠심리학에서는 이를 초킹(숨막힘)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런 초킹 현상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여러 번 반복해서 경험할 경우 자칫 심각한 입스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짧은 퍼트를 실수하지 않고 성공할 방법은 없을까? 먼저 긴장으로 한껏 높아진 몸의 각성 수준을 이완 기법을 통해 떨어트리는 것이 필요하다. 

경기 중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은 복식호흡이다. 천천히 깊게 호흡하면 폐와 연결된 미주신경을 통해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긴장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들숨과 날숨의 시간을 1대 2의 비율로 해 배로 숨을 깊게 들이켠 다음 천천히 내쉬는 것이 요령이다. 퍼팅할 때도 숨을 들이마신 후 80% 정도 내쉰 상태에서 잠시 숨을 멈추며 스트로크한다.

압박을 받게 되면 불안한 마음에 이미 숙달된 자신의 퍼팅 자세와 스트로크를 자꾸 점검하고 분석하게 된다. 이처럼 주의의 초점이 몸을 향할 경우, 동작이 부자연스러워지면서 실수가 유발된다. 이때 될 수 있으면 주의를 자신의 몸보다는 공이나 퍼터 헤드 등 외부로 돌리는 것이 좋다. 자신의 퍼팅 루틴을 정확히 지키는 것도 부정적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퍼팅 중 공을 주시할 때도 가능한 한 작은 한 점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끝까지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눈과 손의 협응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스트로크 중에 시선을 고정할 때 더욱 정확한 동작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강심장은 단번에 생기진 않는다. 평소 비슷한 스트레스 상황에 자주 노출하는 스트레스 면역 기법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일정 횟수의 1m 퍼트를 연속으로 성공(중도에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연습을 끝낼 수 있게 하면, 남은 퍼트가 줄어들수록 점점 커지는 짧은 퍼트의 심리적 압박감을 맛볼 수 있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출처: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61001032839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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