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타이거 우즈 프로’라 부르지 않듯… “000 프로” 란 호칭 부적절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프로와 아마추어

류현진 프로 아닌 류현진 선수
타종목선 안 쓰는 관행 생겨
주말골퍼끼리도 “ 000 프로”
외국엔 없는 한국적 호칭 문화

프로 와 아마는 실력 차이 아닌
금전적 대가 수령 여부로 구분

과거 아마추어는 귀족·상류층
프로는 클럽 소속 노동자 계층


골프를 접한 지 어느덧 강산이 한 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이 지났건만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어색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프로골퍼가 행사나 방송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혹은 다른 이로부터 소개를 받을 때 “○○○ 프로입니다”라며 이름 뒤에 프로라는 호칭을 붙이는 관행이다.

‘류현진 프로’ ‘손흥민 프로’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처럼 다른 종목에는 없는 관행이다. ‘타이거 우즈 프로’ ‘브룩스 켑카 프로’라고 하지 않으니 외국에는 없는 한국적 호칭 문화라고 할 것이다.

사실 꼬박꼬박 자신의 이름 뒤에 프로란 호칭을 붙이는 모습이 처음엔 약간 낯간지럽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요즘은 이를 모방해 주말골퍼들까지 서로의 성 뒤에 프로란 호칭을 붙여 부르는 하위문화가 생겼다.

언제부터 이런 관행과 전통이 생겼는지 정확히 알 길은 없다. 추측하건대 골프가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훨씬 전, 아마도 자신보다 사회적 신분이 높은 수강생을 가르치는 프로골퍼들이 격을 맞추기 위해 자신을 스스로 높여 부른 데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한다. 한국에서는 ‘○○○ 박사’ ‘○○○ 이사’처럼 주로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전문직일 경우 이름 뒤에 직함을 호칭으로 붙이기 때문이다.

요즘 프로라는 호칭은 주로 어떤 분야의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나 전문가를 일컬을 때 쓴다. 반대로 아마추어는 “아마추어같이 왜 이래?”라는 표현처럼 비전문가나 미숙한 사람을 부를 때 사용한다. 하지만 원래 프로와 아마추어는 실력의 차이가 아니라 금전적 대가의 수령 여부로 구분되는 엄격한 사회적 계급의 의미였다.

즉 프로는 어떤 일을 돈을 받고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을 말하고, 아마추어는 경제적 이익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한 즐거움을 위해 취미 활동으로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아마추어는 사랑을 뜻하는 프랑스어 amateur에서 온 말로 ‘무엇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의미를 지닌다.

예전에는 생업과 무관하게 골프를 취미 활동으로 하는 사람은 일부 상류층뿐이었다. 그래서 아마추어란 말은 신사와 동의어로 쓰였으며, 자신이 아마추어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진정한 아마추어는 자신보다 약한 상대로부터 어떠한 이득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으며, 양심에 따라 규칙을 준수하는 스포츠맨십을 강조했다.

초기의 프로골퍼들은 대부분 가난한 노동계급 출신으로 골프코스를 관리하거나 골프채를 수리하는 등 골프장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클럽 소속의 노동자였다. 대회 중이라도 프로는 클럽하우스의 시설을 이용할 수 없었으며, 정문으로 출입하는 것조차 금지됐다. 또 회원 가입은 물론 아마추어 회원들과 개인적인 교류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멸시의 대상이었다.

1913년 불과 스무 살의 나이로 당대 최고의 골퍼 영국의 해리 바든을 꺾고 US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미국에 골프붐을 일으키며 국민적인 영웅이 된 프랜시스 위멧(1893∼1967)이나, 1930년 골프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한 해 4대 메이저대회 석권이라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미국의 보비 존스(1902∼1971)가 엄청난 돈의 유혹을 끝까지 뿌리치고 죽을 때까지 아마추어 신분을 유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늘날처럼 프로의 지위가 향상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월터 하겐 덕분이다. 당대 최고의 골퍼 중 한 명이었던 하겐은 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백만장자가 된 스타였다. 하겐은 1920년 디오픈에 출전했다. 클럽 측은 관례대로 프로의 클럽하우스 이용을 막았다. 프로에겐 임시 숙소를 이용하게 했다. 그런데 하겐은 이를 거부했다. 대신 클럽하우스 옆에 보란 듯이 최고급 리무진을 대고 하인까지 대동한 채 호사스러운 식사에 값비싼 와인을 곁들이며 ‘시위’했다. 하겐은 그리고 1922년 골프광이자 자신을 좋아했던 당시 영국 황태자 에드워드 8세를 통해 프로의 클럽하우스 출입을 가능케 했다. 1926년에는 아마추어 최고수였던 존스와 세기의 맞대결을 펼쳐 일방적으로 승리, 프로라는 존재감을 널리 알렸다.

대중화로 골프가 더는 일부 부유층의 특권이 아니게 된 지금 이름 뒤에 ‘프로’라는 호칭을 이제는 그만 붙였으면 한다. 그냥 다른 종목처럼 “프로골퍼 ○○○입니다”라고 하거나, ‘○○○ 선수’라고 부르는 것이 더 친근하고 자연스럽다.

사회적 존경과 명예는 그저 호칭만 붙인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높은 전문성과 직업윤리를 갖추고 이를 뒷받침하는 말과 행동이 함께할 때 비로소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 존경의 대상이었던 의사와 법조인에 대한 인식이 이제는 돈만 밝히는 이기적이고 부도덕한 집단으로 점차 추락하고 있는 세태가 이를 잘 보여준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12201032439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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