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학생에 '스포츠맨십' 길러줘야"
“해공(海公) 신익희 선생이 국민대를 세운 정신은 새 나라, 멋진 나라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한 국민대의 ‘ 아름다운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정신 계승을 자부하는 국민대학교가 18일로 개교 60주년을 맞는다. 국민대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 해공 선생이 김구, 김규식, 조소앙 등 임정 지도자들과 함께 민족을 이끌 인재를 기르기 위해 설립한 최초의 사립대학. 지난 81년 종합 대학으로 승격된 뒤 지금은 1만5000명의 재학생을 가진 매머드급 대학으로 성장했다. 지난 2004년 3월부터 국민대를 이끌며 새로운 60년을 준비하고 있는 김문환(60) 총장은 지난 13일 인터뷰에서 “이제 국민대뿐 아니라 한국 대학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 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는 화두를 던졌다.

'국민대와 동갑' 46년생


“지난 60년간 우리 대학은 양적으로 천문학적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고교 졸업생의 81%가 대학에 진학하는데 이는 세계 1위 수준입니다. 90년대 들어서야 대학이 조금씩 물적 인프라를 갖추며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 시작했지요. 이제는 질을 높여 세계적 으로 손색 없는 대학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숙제입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 과제로 김 총장은 재정지원 확대 등 세 가지를 꼽았다.



“한국의 대학은 모두 등록금에 전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왜 미국을 못따라가느냐고 하지만 미국 명문대학의 경우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이 학교로부터 받는 혜택의 3분의 1밖에 안됩니다.

등록금 2만달러를 내면 6만달러어치를 받습니다. 나머지 4만달러 는 정부 동문 독지가의 지원에서 옵니다. 둘째는 학생들의 자각입니다. 요즘은 어중이떠중이도 다 대학을 갑니다. 대학이 대중교육 기관이 되다보니 질이 낮아지게 됩니다. 한국 대학생들은 세계 어느 나라 학생들보다 술 담배를 많이 합니다. 학생들이 그렇게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도록 하는게 매우 중요합니다. 세번째는 학자를 존중하는 문화입니다. 교수들이 기업이나 정치권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되도록 학문으로 대접받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사회와 대학이 함께 발전합니다.” 그렇지만 일부 대학에서 재정확대 수단으로 거론하고 있는 기여 입학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했다.

“절대 반대입니다. 우리 문화의 특색중 하나가 순결성 순수성 이상주의입니다. 민주화 시대 이전부터 우리 사회에는 적어도 대학만큼은 실력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기여 입학은 부정으로, 옆으로 들어가자는 것입니다. 당장 급하다고 돈 받고 학생을 넣으면 대학의 순수성과 정당성이 무너집니다.” 김 총장은 1946년 생이다. 자신이 27년간 몸 담아온 국민대와 동 갑이다. 최근 2년간 700억원의 연구비를 수주하는 괴력을 발휘하며 국민대를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바꿔가고 있는 김 총장에 게 국민대의 미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뜻밖에도 국민대의 ‘정신 ’회복, 이를 위한 학생들의 기백과 인성 교육을 강조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가 개교 60주년 기념 캐치프레이즈로 꼽은 것도 ‘아름다운 도전’이다. 남을 짓밟고 혼자 잘나가는 도전이 아니 라 옆사람을 챙기고 끌어주는 도전을 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면서 원형적 인간생활을 체험하며 살지 않았습니까. 피카소나 프로이드도 인간 생활의 원형이 살아 있는 아프리카에서 연구 테마를 얻습니다. 대학에 바로 그런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땀 냄새나는 원시의 모습을 발현할 수 있는 공간, 선수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참여하는 스포츠맨십을 길러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런게 없으니까 학생들이 술과 담배에 빠집니다. 또 교육은 지식과 지혜를 가르치는 것이고 지혜교육은 인성교육입니다.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꾸중도 하고 잔소리도 해야 합니다.”

'기여입학제'에는 반대


그런 맥락에서 김 총장은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개교 60주년 행사 가운데 가장 보람 있었던 것으로 지난 9월 올림픽체조경기장 에서 열린 ‘국민대 가족한마당’과 재학생 120명으로 구성된 ‘ 국토순례 국민 대장정’ 행사를 꼽았다.

“개교 이래 가장 많은 1만3000명이 모인 자리에서 학생·동문들이 조국애와 민족애라는 건학이념을 되새겼습니다. 국토순례를 하던 학생들을 만났더니 ‘다리가 아프지만 설립 당시를 생각하면 다시 힘이 난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개교 60주년을 기해 학생들에게 큰 정신을 심어준 것을 가장 뜻깊게 생각합니다.” 국민대는 60주년을 맞아 ‘도약 2010 프로젝트’를 세웠다. 3~4 개 분야에서 국내 최상위권을 확보하고 1~2개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진입한다는 4대 장기목표와 특성화 교육체제 등 5대 발전 전략이 핵심이다.

“국민대는 전통적으로 디자인과 자동차 분야가 강합니다. 여기에 법학, 문화예술, 정보기술(IT) 분야를 특성화 대상으로 더했 습니다. IT 분야 육성을 위해 올해부터 아예 컴퓨터대학(전자정 보통신대학)을 단과대학으로 발족했습니다. 세계 80여개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고 세계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외형적 세계화보다 내실을 기하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영어 공용화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총장은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와 미국 뉴욕대를 졸업한 뒤 1979년부터 국민대 교수로 재직해 왔다. 올 3월부터는 한국대학총장협회 회장도 겸하고 있다.



국민대 동문들은…
남덕우 前총리-문희갑 前시장 등 정·관계 포진

재계 유기정 삼화인쇄 회장-윤종웅 하이트맥주 대표 등
문화계 손석희·이효리 종교계 조용기 순복음교회 당회장


국민대 동문 가운데는 정치학과 1회 졸업생인 남덕우 전 총리를 비롯해 문희갑 전 대구 시장, 이태복 전 복지부 장관, 열린우리당 장영달, 배기선, 서갑원 의원 등 정·관계 인사가 많다. 남 전 총리는 1946년 서울대에 다니다가 미군정의 국대안 정책에 반발해 국민대로 전학해 1회 졸업생이 됐다.

해공 신익희 선생이 갑자기 서거한 뒤 59년 학교를 인수한 성곡 김성곤 선생이 민족경제 육성에 많은 관심을 쏟으면서 재계로 진출한 동문도 많아졌다. 유기정 삼화인쇄 회장, 박청일 동양고속건설 대표이사, 고재일 동일토건 대표이사, 김용휘 현대유니콘스 대표이사, 홍사승 쌍용양회 회장, 윤종웅 하이트맥주 대표이사, 정남기 현대모비스 부사장 등이 국민대 출신이다.

문화계 인사로는 임백천, 김한국, 손석희, 이효리, 이세창, 방은진씨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종교계에서는 조용기 순복음교회 당회장이, 법조계에서는 김진한 법무법인 아주 대표변호사 등이 국민대 동문이다.





한종호기자 idh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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