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준엄한 국민의 경고 ''10·25 재보선'' / 홍성걸 (행정) 교수
40대 0! 지난해 5월 이후 지금까지 열린우리당의 재보선 성적표다. 야구경기였다면 벌써 콜드게임을 선언당하고 말았을 스코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직후의 총선에서 과반에 가까운 지지를 얻었던 참여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이렇게 준엄하게 나타났다.

토론과 설득을 좋아하는 노 대통령은 얼마 전 TV대담을 통해 ‘내가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반문했었다. 그렇다면 참여정부의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한번 따져보자.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8·31이니 3·30이니 하는 강력한 부동산정책을 추진했다. 결과는 어떤가. 참여정부 집권 이후 강남 집값은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고, 전국적으로도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가져왔다. 부동산세 인상으로 부유층의 조세부담을 늘렸지만 상당한 부담이 결국 세입자들에게 전가되어 결국 양극화와 계층 간의 갈등만 증폭되었다. 행정복합도시, 지방혁신도시 등 소위 지역균형발전 사업들은 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모시켰을 뿐이다. 각종 국책사업을 위해 막대한 토지를 수용했고, 그 보상비는 대체로 부동산에 재투자되면서 전국의 땅값이 동반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민족공조와 자주국방을 외치면서 한반도 평화의 기둥인 한미동맹을 약화시킨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포용정책이 아니면 대안이 없다면서 대북관계에서 일방적인 양보를 거듭한 결과 북한의 핵실험을 초래하고 급기야는 각종 협박에 시달리게 되었다.

외국자본 유치와 국내투자 활성화를 위해 각종 정책을 추진했지만 근본적으로 기업의 신뢰를 받지 못해 수백조원에 달하는 이익금이 사내에 유보되면서 경제난과 실업난을 악화시키고 미래 성장동력이 줄고 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 7%를 달성하겠다던 선거공약은 이미 공약(空約)이 된 지 오래다. 이래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겠는가.

이번 선거는 한마디로 이러한 참여정부의 무능과 실정에 대해 국민이 거듭하는 심판의 하나다. 덧붙이자면 유권자들은 무소속 후보들을 대거 선택함으로써 여야를 막론한 제도 정치권에 대한 실망을 그대로 나타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정계 개편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정계개편이란 말인가. 그들은 온통 내년 대선정국에서의 주도권 잡기와 궁극적인 정권 창출에만 관심이 있다. 신당을 창당하느니, 특정 후보를 영입하거나 다른 정당과 합당해야 한다느니 등의 주장에서 우리는 그들에게 국민은 여전히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절감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이 정치권에 보내는 메시지는 지극히 단순 명료하다. 한마디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 달라는 것이다. 북 핵에 확고한 대처를 해 안보에 대한 불안을 없애고, 기업신뢰의 회복을 통해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서민생활의 안정을 가져다 달라는 것이다. 섣부른 정책 실험이나 무책임한 언행으로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고 실질적 변화와 발전을 가져올 책임 있는 정치와 정책을 펼쳐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면 곧바로 대선정국으로 접어들 것이다. 각 정당과 정치인들은 또다시 과거처럼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여 선거에서 득표하려는 구태 답습의 강한 유혹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심의 의미를 겸허히 수용하고 분열이 아닌 통합의 정치, 갈등이 아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만일 정치판의 새판짜기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국민을 위한 정치와 장기적 국가발전 전략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국민으로부터의 준엄한 심판이 기다릴 뿐이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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