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DT 시론] 국가혁신과 SW정책 / 김현수 (경영) 교수

소슬한 바람과 함께 이제야 완전한 가을을 느낀다. 여름의 정열이 그리도 대단했으나 계절의 순환은 역시 어김이 없었다.

소프트웨어 강국을 향한 법제도적 기반 구축이 한고비를 넘겼다. 오래 갈망하던 소프트웨어진흥단이 신설되었고 또 오랫동안 난항을 거듭하던 제안서 보상 문제, 과업변경에 대한 보상 문제 등이 최근 해결되면서 법제도 기반구축은 이제 반환점을 완전히 돌고 있는 느낌이고, 계절처럼 여름을 지나 수확의 가을을 느끼게 한다. 아직 여러 가지 미해결 이슈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제 한 차원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새로운 시작을 모색할 때다.

현재 소프트웨어정책은 소프트웨어산업을 육성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패키지소프트웨어와 솔루션기업 육성, IT서비스기업 사업환경 개선, 임베디드소프트웨어 및 디지털콘텐츠 육성 등이 주요 과제다. GDP 비중이 1%대 수준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국 단위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프트웨어산업을 단순히 GDP 비중으로만 생각하고 있지 않고, 국가발전을 위한 큰 영향력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소프트웨어정책은 어떻게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산업을 육성하는 일이 우선 중요하다. 소프트웨어산업의 글로벌경쟁력을 강화하여 세계 소프트웨어시장을 우리 소프트웨어기업이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적 목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전체 산업 분야와 국민 생활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에, 더 큰 일을 기획할 수 있다.

국가혁신도구로 소프트웨어산업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국가혁신에는 정부혁신, 산업혁신, 사회혁신이 포함된다. 소프트웨어정책이 전자정부를 통한 정부업무혁신에는 일부 관심을 두고 있지만, 소프트웨어를 통한 정부전략과 정부 인력양성 등 포괄적인 혁신 영역에는 소극적이다. 또한 산업혁신에 일부 관심을 가지고는 있으나, 비즈니스전략, 산업기반기술, 비즈니스프로세스, 인력 등의 포괄적 영역의 혁신에 대한 정책이 상당히 부족하다. 사회혁신영역은 더욱 다양하게 기획될 수 있다. 국민 생활과 각종 사회 제도의 혁신에 소프트웨어산업이 서비스혁신으로 기여할 여지가 많다.

따라서, 현재 소프트웨어산업 관련 정부조직 구조를 소프트웨어를 통한 국가혁신담당 조직과 소프트웨어산업자체의 혁신을 담당하는 조직의 양대 축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두 개의 혁신 축이 하나의 단위로 움직여야 한다. 소프트웨어산업혁신을 위한 기술과 서비스와 제도는 그대로 국가혁신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것이며, 국가혁신을 위한 요소 기술과 전략은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요구사항이 되어 정책적 입력이 될 것이다. 두 개의 축이 상호작용하면서 상승작용을 하게 되므로 국가혁신과 소프트웨어산업육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더욱 단기에 달성될 것이다.

미국에서도 2004년 12월 미국국가경쟁력위원회에서 `미국을 혁신하라'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위원장에 IT서비스기업인 IBM의 회장을 선임하였고, 보고서 명칭도 그의 이름을 따서 `팔미사노 보고서'로 명명하였다. 이 보고서에 따라 미국은 국가 및 산업혁신 작업을 현재 추진 중인데, 그만큼 선진국에서는 소프트웨어산업과 국가혁신을 불가분의 관계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우리도 소프트웨어정책의 틀을 바꾸고 혁신할 때가 되었다. 초기의 산업육성 틀을 계승 발전시키되, 국가혁신을 위해 훨씬 확장되고 개선된 틀을 가지고 미래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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