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마무리 국회를 기대하며 / 목진휴(행정) 교수

한 달 정도가 지나면 제17대 국회가 임무를 종료하게 된다. 2004년의 출발을 되돌아보면 다사다난으로 점철된 4년의 임기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여대야소의 국회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나 참여정부의 개혁의지를 반영한 입법 노력을 경주했다는 점 등이 어렵지 않게 기억된다. 국가보안법이나 사학법을 둘러싼 논쟁은 격렬했으나 이루어낸 결과는 분명치 않았다는 점은 여야가 국정운영에 대한 스스로의 역할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소의 논란이 있겠지만 지난 9일 치러진 제18대 총선은 제17대 국회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결과라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제18대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은 제17대 국회의 여야 관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제17대 국회에 이어 다수 여당이 탄생했다는 점도 주요한 측면이다. 6월에 출발할 제18대 국회는 원 구성 등의 절차적인 기능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전제하더라도 9월 정기국회가 되어야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수행할 것이다.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일의 마무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비록 제17대 국회의 시작과 과정이 바라는 것만큼은 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마무리를 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사는 시작이나 과정을 무시하지 않겠지만 결과를 중심으로 쓰여진다는 점이 제17대 국회가 마무리를 잘해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된다.

제17대 국회의 마무리는 그동안 국회에서 논의되었던 사안들 중에 책임져야 할 대상이나 새 정권이 곧바로 처리해야 할 사안, 또는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으로 떠나는 사람이 손대지 않으면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사안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시간적으로 시급한 경제와 관련된 제반 사안을 처리해야 한다. 국내외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다. 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국회가 도와주어야 한다. 경제 살리기는 여야 혹은 보·혁의 구분으로 정치적 쟁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영역이다. 다음으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비준을 들 수 있다. FTA는 국가와 국가 사이의 신의와 관련된 문제이긴 하지만 이념적인 간극이 존재할 수 있는 문제라서 쉽게 합의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그러나 새 국회 역시 쉽게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이니만큼, 마무리하는 국회가 처리해 주는 것도 새 국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념 논쟁으로 새 국회를 시작한다면 제18대 국회도 소모전으로 얼룩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9회 말의 마무리 투수가 마무리의 영광을 선발투수에게 넘기는 것처럼, 제17대 국회가 멋진 마무리를 통해 새 국회를 대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승리의 국회로 만들어 주길 바라는 심정이다. 불과 1개월여의 시간이면 멋진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제17대 국회일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32&aid=0001950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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