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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상장폐지 실질심사의 효과/홍정훈(경영학전공) 교수

작년 2월 도입된 코스닥시장의 상장폐지 실질심사 제도가 우리 자본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횡령·배임, 분식회계 등 시장교란 행위가 발생한 한계기업을 더 이상 시장 내에 방치하기 어렵다는 공감대 속에 어렵사리 도입된 이 제도는 '클린 코스닥'을 위한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퇴출 통해 시장기능 회복

그간 퇴출기업에 투자한 소액투자자들의 피해와 제도 자체에 관한 이해 부족, 운영 방식 등을 둘러싼 각종 루머들이 실질심사 제도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적도 있으나 상장기업의 진입과 퇴출은 자본시장법에서 부여한 거래소의 고유 업무다. 이미 미국 영국 등 선진 거래소에서도 실질심사를 통한 퇴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지난 10월 말까지 거래소는 전체 코스닥 상장기업의 10%에 이르는 101개사를 대상으로 실질심사를 진행해 그 가운데 41개사의 상장을 폐지했다. 이는 실질심사 이전인 2007년과 2008년 자본 전액잠식 등 형식적 요건에 의해 각각 7개, 23개사가 퇴출된 것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기존의 형식적 요건에 의한 퇴출 제도만을 운영했다면 퇴출을 모면했을 수도 있는, 그럼으로써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했을 수 있는 한계기업이 퇴출된 것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혹자는 거래소가 횡령·배임이나 분식회계 등 불법 행위가 발생한 상장기업을 모조리 퇴출시키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하고, 소액투자자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상장폐지 조치가 거래소의 과도한 권한 행사라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2년 가까운 기간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퇴출 기업은 전체 심사 대상 101개 중 41개사에 그쳤다. 상당수 기업이 횡령 등 불법 행위에도 불구하고 상장 적격성을 인정받고 상장 유지돼 거래가 재개됐으며, 특히 일부의 경우 개선 가능성이 인정돼 소정의 개선 기간을 부여받은 사례도 15건이다. 실질심사 제도는 퇴출뿐 아니라 기업 회생에도 상당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퇴출이라는 극단적 처방을 통해 또 다른 잠재적 피해자 양산을 막고 시장 전체의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시장 본연의 기능을 찾도록 하는 것은 거래소가 시장 관리자로서 행해야 할 당연한 책무이며 포기할 수 없는 명제와도 같다.

투자자 위해 정보제공 병행

이와 같은 한계기업 퇴출에 따른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소는 투자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판단할 수 있도록 퇴출 기업 특징을 분석, 이를 사전에 알려주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향후 부실 기업의 경영 패턴을 분석하는 '투자위험기업 예측 모델' 개발이 완료될 경우 투자자에 대한 거래소의 사전예고 기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거래소는 실질심사 시행 과정에서 대상 기업에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실질심사위원회와 상장위원회를 거쳐 퇴출을 결정하는 등 심의의 공정성과 전문성 확보에 노력한다. 최근 법원은 코스닥 상장 법인의 전 대표이사에게 횡령 등 책임을 물어 7년형이라는 높은 형을 선고한 바 있다.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단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 사례로, 거래소의 상장폐지 실질심사와 아울러 횡령·배임 등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각종 불법 행위자가 설 자리가 점차 줄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9년 한 해 동안 거래소가 시행했던 실질심사에 대해 코스닥시장은 타법인 출자감소(458건→375건), 최대주주 변경공시 감소(393건→351건), 횡령·배임공시 감소(93건→45건) 등 놀라운 성과로 화답했다. 시장이 자체적 정화 기능을 수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도 코스닥시장이 우리나라의 높아진 국격에 걸맞은 건전한 시장으로서 녹색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진정한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한 수많은 기업인에게 재도약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장으로 육성돼 가야 할 것이다.

원문보기 :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4339023&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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