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편집자에게] 암호 같은 사이버 테러 기사/이은형(경영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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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혁명의 부작용으로 우려되었던 사이버테러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국가적 관심사가 됐다. '주요 사이트에 동시다발 사이버 테러', '국정원·안철수연구소도 당해… 사이버 테러 속수무책', '대통령 안보 자문위원들도 해커들에게 집중 공격당해'라는 기사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사이버 테러는 사흘 연속 조선일보 1면 톱기사를 장식했다. 특히 조선닷컴이 사흘 연속 사이버 테러를 당해, 조선일보사는 그 어느 언론사보다 사태의 심각성을 생생하게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 심각성과 대처 방안에 대해,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하고 즉각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충분히 지면을 할애하고, 친절하게 보도했는지 의문이다. 첫째, 사이버 테러처럼 새로운 용어, 전문 용어가 난무하는 사안의 경우, 독자들이 관심을 갖고 읽어도 내용을 쉽게 파악하기 힘들다. 그런 독자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했다. 8일과 9일자 조선일보의 보도를 읽으며, 솔직히 사이버 테러 기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8일자 1면에서는 '조선닷컴이 공격당했다'는 데 흥분한 탓인지, 기사의 짜임새 및 용어 설명이 산만했다. 영어 표기 DDoS를 어떻게 읽는지도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한글 발음대로 '디도스'라고 쓰고 괄호 안에 영어 표기 'DDoS', 한글 설명인 '분산서비스거부'라고 썼다면 신문 읽기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9일자에서도 조선일보는 'DDoS' '디도스' '분산서비스거부'라는 세 가지 용어를 뒤섞어 썼다. 새 용어들, '공격수행 컴퓨터(보트넷)' '좀비 컴퓨터' '공격명령서버(C&C Server)' 등도 어지럽게 사용되었다. IT를 담당하는 기자나 전문가 입장에서는 초보적인 수준의 용어인지 모르겠으나, 일반 독자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용어들이라 더 쉽고, 자세한 용어 풀이가 필요했다. 둘째, 사이버 테러가 독자 개개인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어떻게 즉각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성 기사도 부족했다. 독자들은 내 컴퓨터가 공격에 사용되는 좀비 컴퓨터는 아닌지 걱정하게 된다.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궁금할 수밖에 없다. 9일자 A4면 구석에 '좀비PC 안 되려면'이라는 짧은 기사가 있었지만, 정보가 풍부하지 않아 아쉬웠다. 더 심각한 사이버 테러를 막기 위해 일반인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기사를 1면이나 3면에 자세히, 눈에 띄게 보도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일자에서는 아예 독자의 대응 전략을 다루지도 않았다. 감염된 PC는 하드디스크가 파괴된다는 내용이 일부 지역만 배달되는 최종판에만 보도된 것 같았다. 편집자는 독자 입장에 서서, 독자가 알고 싶어하는 정보에 대해 좀더 고민해주기 바란다. 이은형·국민대 경영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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