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경향신문-경제와 세상]역동적 복지국가를 향한 출구전략/조원희(경제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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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초, 경제학자들에게는 그해 1년의 경제를 예측하는 시기다. 일반 독자의 이런 기대에 먼저 응답한다면 “2010년 세계 경제는 영국 날씨”라는 답이 적절할 듯하다. 영국은 1년을 통산으로 보면 온화한 편이지만, 하루에 사계절 날씨가 다 출몰하는 날이 자주 있다. 아마도 세계 경제는 올해 이런 식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면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낙관과 비관이 수시로 교차하고, 지역이나 국가마다 형편이 극명하게 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고용사정 등 서민생활에 중요한 지표는 크게 개선되기 어렵겠지만 한국의 ‘경제 날씨’는 상대적으로 쾌청한 쪽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길게 볼 필요가 있다. 대재앙을 불러온 아이티의 지진이 수십년간 축적된 에너지가 지표면으로 분출한 결과이듯 2008년 하반기 세계 경제위기도 그 근원은 30년 전 대처 영국 총리, 레이건 미국 대통령 이후 추진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누적된 에너지가 폭발한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 경제가 황금성장기를 구가한 것은, 1914년 1차 세계대전과 1929년 대공황을 거치면서 19세기에 축적된 사회·경제적 에너지가 분출, 소진된 이후의 일이다. 그리고 사람들 대부분이 과거의 방식을 고수했다가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 올 것을 인식하고 단호하게 단절을 결심하고 ‘진보적 미래’에 동조했기 때문이다. 2008년의 위기는 20세기적 에너지를 소진시키고 진정으로 새로운 21세기를 시작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난해 초에는 금융위기에 이은 세계 경제위기의 근원으로 금융자본주의를 성토하면서 당장이라도 시스템을 뜯어고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미국, 영국 등의 정책당국자와 언론의 분위기가 ‘돈 폭탄’을 퍼부어 숨쉴 만하게 되자 적당히 넘어갈 길이 없는가를 찾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시장에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채권을 정부가 구입하고 만기 대출과 예금 등을 정부가 보증하며 이자율을 0~1%로 낮추어 신용경색을 완화한 것에 불과한데도, 많은 사람들이 사태가 종결된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는 느낌도 준다. 임시 방편을 구사하면서 재정적자가 급격히 증대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쟁 시기가 아닌 평화 시기에 이렇게 재정적자가 늘어난 일은 일찍이 없었다. 국가부채가 민간부채를 받아주는 상태는 무한정 지속될 수 없다. 벌써 경제기반이 부실한 그리스는 투자자들의 불신으로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해 있다. 나라마다 형편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자율을 올리고 돈을 회수하고 세금도 올리는 조치들이 곧 본격적으로 구사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고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오면 어떤 현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시스템 바꿔야 견실한 수요 창출 그것은 과거, 즉 위기가 시작되기 전의 경제일 수는 없다. 이런 현실을 합리화해준 미국 금융자본주의도, 미국 시장근본주의 경제학도 신용을 잃어버렸다. 아무런 변화를 위한 노력도 없이 버블 이후 경제(post-bubble economy)를 끌고 나간 일본은 어떻게 되었나? 지난 20년간 연 평균 1.1% 성장했을 뿐이고 국가부채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227%(2010년 예상치)에 이르고 있다. 국민들은 점점 더 남루해졌다. 투기에 기댄 수요가 아닌 견실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창출되려면 시스템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진보적 미래’란, 금융이 아니라 생산이 중심이 되고 복지가 생산과 긴밀히 연계되며 소득 분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생산적 수요’가 시스템 내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이른바 ‘역동적 복지국가’ 체제다. 2010년 새해를 맞이하여 한국이 이러한 역사적인 ‘출구전략’의 선봉에 서는 꿈을 꿔보자.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1211810125&code=99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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