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이패드 개봉합니다 ㅠㅠ' 두산그룹의 박용만 회장이 트위터에 올린 아이패드 개봉기는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투박하게 상자를 뜯고 아이패드를 꺼낸 후 상자를 흔들어 보는 박 회장의 모습은 재미있으면서 친근감을 주었다. 그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구글의 스마트폰 넥서스원을 개봉한 동영상도 화제가 됐다. 대기업 회장이 직접 트윗을 하겠느냐는 의구심이 들만도 하다. 대리 트위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에 "이 재미있는 걸 왜 다른 사람을 시키느냐"고 말해 팔로어들을 웃게 했다. 새로운 IT기기를 먼저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얼리 어댑터' 박 회장은 이미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신세대 경영자'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재계의 얼리 어댑터로 잘 알려진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역시 트위터를 활발하게 이용한다. 그는 아이폰에 대한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 "아이폰을 이기는 솔루션에는 관심이 없고 기기를 몇 대 파는 데만 관심이 있다"고 쓴 소리를 해 이목을 모았다. 정 부회장은 '스타벅스 텀블러를 들고 가면 오늘 스타벅스 드립 커피가 공짜'라며 은근슬쩍 계열사의 이벤트 홍보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수그룹의 김상범 회장,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등도 트위터를 통해 활발한 소통을 전개하고 있다. 물론 세계적으로는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조너선 슈워츠 전 선마이크로시스템즈 CEO, 에릭 슈미트 구글 CEO 등이 수십 만명의 팔로어에게 메시지를 날리면서 소통을 하고 있다.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대단한 위력을 가진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트위터는 실시간 상호교류가 가능해 친밀감을 주는데 이는 인터넷의 바다에 익명으로 떠도는 누리꾼에게 '사회적 존재감'을 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대일 대화라도 나누게 되면 나이, 지위 등을 뛰어넘는 '친구'같은 느낌을 준다. 이는 인터넷 시대의 어떤 의사소통 수단도 갖지 못한 중요한 덕목이다. 트위터가 블러그와 함께 강력한 파워 미디어로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이 소셜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델 컴퓨터는 트위터만 이용해 300만달러어치의 컴퓨터를 팔았으며 포드 자동차는 신차 '피에스타'를 파워 블러거들에게 미리 제공해 큰 홍보효과를 거두었다. 신차가 나오기도 전에 신세대 37%가 차 이름을 알게 됐다고 한다. 랄프 로렌과 맥도날드는 소셜네트워크를 전담하는 임원을 두고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CSO(Chief Social-media Officer)가 등장한 것이다. 트위터 그 자체가 재미있어서이건 고객과의 활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건 대기업의 CEO가 트위터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CEO는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을 내외부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통의 리더'로 호감을 얻는다. 고객은 CEO와의 소통을 통해 기업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생각을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영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트위터가 아무리 강력한들 단지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솔함과 인간미, 그리고 믿음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소통'을 해치고 이미지는 부정적으로 변해버릴 수 있다. 트위터이기 때문에 '한방에 혹' 갈 수 있다. 일방적인 홍보나 방어에 쓸 목적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그나저나 박 회장이 트위터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공개되자 "뻑하면 신문으로 가서 괴롭슴 ㅠㅠ"라고 했다는데.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원문보기 :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004221117136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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