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국일보-시론]KBS 수신료 단일안을/손영준(언론학전공) 교수 | |||
---|---|---|---|
수신료 인상 문제로 KBS이사회가 파행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파업과 출연자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시끄러운 마당에 설상가상이다. 인상안의 골격은 KBS2의 광고를 없애고 100% 수신료로 운영하는 것이다. 여당 추천 이사진은 이를 위해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6,500원으로 올리자는 입장이며, 야당 추천 이사진은 몇 가지 선행조건을 제시하며 전국 순회 공청회로 맞설 태세이다.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파행과 대치, 장외투쟁으로 이어질 모습이다. 여ㆍ야 추천 따라 갈린 이사회 KBS수신료 문제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의 월 2,500원은 30년 전에 정한 금액이다. 2,500원이면 자장면 한 그릇 값도 안 된다. 지하철 하루 출ㆍ퇴근에 쓰면 사라질 돈이다. 그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정부 여당에서 인상을 추진해 왔지만 번번이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최근에는 2007년 노무현 정부시절 여당인 지금의 민주당이 인상을 추진했고, 야당인 지금의 한나라당이 반대해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지금 KBS 이사회의 파행을 보면 예전과 판박이다. 수신료 문제는 처음에는 정책 이슈로 제기된다. 몇 가지 대안이 제시되고 장ㆍ단점이 검토된다. 충분한 논의나 심의도 없이 곧바로 여론에 생각을 물어보는 정치 이슈로 변질된다. 찬성하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시청자를 위해"라고 주장한다. 정치논리로 문제를 풀려고 하니, 결국 이전투구 식으로 흐른다. 여론은 분열되고 갈기갈기 찢긴다.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다가 결국 모두 진퇴양난에 처해 서로 지치면 의제는 뒷전으로 미뤄진다.
KBS의 올 상반기 광고 매출액은 3,052억 원에 달한다. 운영 경비와 직원 급여의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광고가 붙으려면 말초적이고 감각적 인 프로그램은 필수다. 오락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서 선정적 말투나 내용은 없어선 안될 '약방의 감초'다. 재미없지만 반드시 필요한 프로그램은 늘 편성에서 뒷전이다. 수신료 인상에는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 논란이 큰 걸림돌이다. 권력의 오만함과 KBS의 안이함이 일정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의 편 가르기 식 정치논리로 KBS 수신료 문제에 접근해서는 정권이 몇 번 바뀌어도 해결되지 않는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란을 되풀이하다 보면 그야말로 백년하청(百年河淸)일 것이다. '국민의 방송' 위한 합의를 KBS 수신료 인상은 욕먹을 각오를 하고 추진해야 한다. 국민에게 인기를 끌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명분 있는 일이다. 제대로만 한다면 KBS는 더 이상 시청률 경쟁에 매달리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새로운 공영방송의 장을 열 수 있다. 명실공히 국민의 방송이 될 수 있는 길이다. 독립성 문제는 처절한 반성과 함께 시스템으로 보완할 문제이다. 갈 길은 멀지만 결단이 필요하다. KBS이사회는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라. 합숙을 하면서라도 깊이 있는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국민과 정치권을 설득할 수 있는 단일안을 마련해야 한다. 원문보기 :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007/h20100713213342112020.htm |
이전글 | [서울신문]대중 눈높이 맞춘 생태학 잡지 창간/김은식(산림환경시스템학과) 교수 |
---|---|
다음글 | 국민대-캐나다 센테니얼대 유학 설명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