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경향신문-경제와 세상]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우리의 선택/조원희(경제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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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위기를 촉발한 2008년 9월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에 대한 평가가 세계 언론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9·15 사태가 2001년 미국 심장부를 강타한 알카에다의 9·11 테러사건보다 세계 정치·경제의 지각변동이라는 면에서 볼 때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이다. 미국과 중국 양강구도 정립 가장 큰 영향은 미국식 경제시스템에 대한 신뢰의 붕괴일 것이다. 극심한 양극화, 불공정, 빈곤, 한국보다 훨씬 못한 의료보험체계 등. 그동안 번영의 이면에 가려 있던 미국 경제·사회의 부정적인 면도 하나 둘씩 폭로되었다. 둘째는 미국의 일극 지배체제 와해이다. 미국은 다른 지역의 경제문제는 고사하고 자국의 문제도 여러 나라의 협조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중국이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하며 미국과 함께 양강구도(G2)를 정립했다. 수조달러에 달하는 돈을 퍼부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을 ‘승리(?)’로 이끈 미국은 당시 자신을 위협할 가장 큰 세력을 제거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잘못 지목한 적을 꺾느라 쓸데없이 돈을 탕진했다. 이 틈에 진짜 강적인 중국이 착실히 성장할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도 있을 법하다. 이제 미국과 중국은 라이벌이면서 한 배를 탄 공동운명의 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혹자는 최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각국의 놀라운 회복을 지켜보면서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상대적으로 약소국인 우리가 유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미국도 그러했듯이 어느 시대나 강국은 내부 문제를 가지고 있고 수시로 내부의 모순을 바깥으로 분출하게 마련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지금 중국은 미국을 위시한 일본, 유럽과 환율 싸움을 한창 벌이고 있지만 1인당 소득이 5000달러 될까말까 하는 나라이다. 그럼에도 국내에는 쓸 데가 없는 엄청난 저축을 하여 외국에 빌려주어야 하고, 결과적으로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세계의 부동산 버블이 일어났다. 한국은 이 정도 소득이었을 때 국내 저축이 모자라 외국에서 차관을 얻어 투자했다. 결국 이런 전대미문의 사태는 그만큼 중국의 소득분배가 아주 불공평하고 사회안정망이 부재하며 엄청난 잉여가 기업과 사회 상층부에 독점되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으로 볼 수 있다. 19세기 유럽과 미국은 약 1세기 동안 연평균 4% 안팎의 성장을 했는데 중국은 그보다 두 배 정도 빠른 속도로 따라가고 있지만 소득분배는 19세기 유럽처럼 아주 좋지 않다는 뜻이다.중국 내부에 뭔가 아주 잘못된 구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부의 갈등요인이 언제 어떤 형태로 외부로 분출할지 모를 일이다. 사실 미국과 중국의 환율싸움, 무역불균형 싸움도 내부 문제가 외부로 폭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 현 정부는 국정이념의 하나로 선진화를 내세운다. 급류에 휩쓸리고 있는 세계 정치·경제 정세하에서 국민소득이 올라가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하면 선진국이 된다는 생각만큼 유치한 것도 없을 것이다. 불안하고 위험한 미국과 중국의 힘의 균형, 그들 내부의 갈등요인 누적과 외부 분출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미국과 중국에 경제적·정치군사적으로 깊이 얽혀 있는 한국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한국만큼 위험한 ‘고래’ 사이에서 헤엄치는 ‘새우’ 신세인 나라도 없다. 강대국의 진정한 조정자로 서야 21세기가 과연 아시아의 세기가 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중국, 일본에 대비한 한국의 강점이 기술도, 자본도 아니며 한국의 역동적 정치라고 생각한다. 일본이 기술이 없어 20년을 헤매고 있나? 정치가 문제다. 한국이 한걸음 더 나아가 진보정치 세력이 뿌리내리는 사회가 되고 보수·진보가 균형을 맞추는 국가로 발전한다면 아시아의 선진국,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는 강대국의 진정한 조정자로서 우뚝 설 것이다. 원문보기 : http://www.khan.co.kr/kh_news/art_view.html?artid=201009232053385&code=9905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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