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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칼럼]자율주행의 진화, 용어정리부터 / 정구민(전자공학부) 교수

산꼭대기가 구름에 덮인 산이 있었다. 누구도 올라가지 못했기에 사람들은 구름 부분을 하늘이라 불렀다. 시간이 흘러 구름까지 케이블카로 단 번에 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 위에는 또 다른 구름에 덮인 산이 있었다. 이전의 하늘과 그 위의 하늘, 이제 사람들은 각각의 하늘을 구분하기 위해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고민했다.

 

자율주행은 아무도 올라가지 못한 길이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이 서서히 발전해 가면서 일정 수준의 부분자율주행은 보편화되고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용어도 변해야 한다. 소비자나 사용자 혼란을 막고, 어려운 기술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용어사용을 권장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5년 테슬라, 현대, 닛산 등은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했다. 일반 소비자가 자율주행 기술을 처음 접했다. 모든 도로를 달리지 못하고 고속도로 차선 구간 정도를 달릴 수 있었다. '부분(Partial)' 자율주행이라 부른 이유다. 도로 전체를 달릴 수 있는 기술은 '전체(Full)' 자율주행으로 가정했다. 차선을 변경하고, 신호등을 인식하고, 교차로를 지나고, 주차를 하는 형태다.


이제는 고속도로 한 차선 자율주행 기술이 여러 회사와 차종으로 보편화됐다. '자율주행'이라는 의미를 다시생각해 봐야할 시점이다. 하늘 위에 하늘,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 한다

 

.2020년 10월 미국의 테슬라는 자율주행 진화에 또 하나의 획을 그었다. FSD(Full Self-Driving) 베타 서비스를통해 고속도로에 이어 도심 주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부분' 자율주행에서 '전체' 자율주행 시대로의 전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테슬라 FSD 기능은 결코 완전자율주행이 아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 원어의 뜻을 살려'전체자가주행' 정도로 표현하는 게 적절할 듯하다. 테슬라코리아가 홈페이지에서 '완전자율주행'으로 광고하는 것은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지난해 9월 코스닥 상장업체 에스모는 프랑스 나브야의 차량을 들여와 '완전자율주행차'로 광고했다. 2019년당시 나브야 본사조차도 '2020년 자율주행 4단계를 목표로 한다'고 했었던 상황이다.

 

참고로 나브야는 일정구간을 왕복하는 수준의 차량을 만드는 업체다. 에스모가 나브야 차량을 완전자율주행차로 광고했던 것은 과장광고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 평가다. 에스모의 주가는 그즈음 5000원대에서 2000원대로 급락하기도 했다.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율주행에 대한 용어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제 표준의 의미만 살려도 오해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 이미 국제 표준에서는 오해를 막기 위해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이라는 용어 대신, 자동주행(Automated driv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차량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개발자가 '의도한대로' 판단하고 움직인다는 의미를 명확히 한 셈이다. 우리도 이처럼 자율주행, 자동주행, 그리고 자가주행(Self-driving)의 뜻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 2단계가 상용화될 때 막연해 보였던 자율주행 3~5단계는 앞으로 세분화돼 진화할 전망이다. 예를들어 자율주행 3단계는 시속 60㎞/h 이하 상황에서 상용화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단계적으로 시속130㎞/h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학계와 업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자율주행 관련련 기능의 명확한 소비자 알림제도및 면허제도 보완, 자율주행 용어 정리 등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고속도로 부분 자율주행이 널리 상용화된 시점에서 기술이 한발 더 나아가려면 용어 정의를 통해 소비자뿐 아니라 개발자 혼란을 막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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