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특별기고] 윤 대통령, 국가적 위기 극복할 통합의 리더십을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이 10일 취임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5년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이념에 따라 지난 5년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유례 없는 갈등으로 분열된 대한민국을 물려받은 윤석열 정부의 앞길이 지극히 험난하다는 점이다. 더구나 불과 0.73%, 25만 표도 안되는 박빙의 승부에서 탄생한 정부가 대통령 권력을 5년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외환위기 와중에서 출범한 김대중 정부보다도 더 어려운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경제를 보면, 물가·금리·환율의 3고 현상이 심상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퍼펙트 스톰이 되어 몰아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최대의 국가부채와 가계부채, 공공기관 부채를 물려주면서 연금개혁은 손도 대지 않아 윤석열 정부가 감당해야 할 부채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치를 넘어섰다. 극심한 물가상승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줄줄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어 한국은행도 급속한 인상 외의 다른 방법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엄청난 대출을 안고 있는 가계의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고 동시에 자영업자에 대한 코로나19 보상대책으로 막대한 자금이 시중에 풀리면 물가상승을 부추겨 금리 인상의 효과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거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중국의 대립으로 원자재와 부품 공급은 어려워지고 곡창지대에서의 전쟁으로 세계적 식량난까지 겹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자영업자들이 무너진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의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국가안보 위기도 심상치 않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은 강건너 불이 아니라 안보와 경제의 복합적 위기가 되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은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를 반복하고 있고 풍계리에서는 조만간 소형 핵탄두 개발을 위한 핵실험을 진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패권경쟁 심화로 중국과 미국,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신냉전 시기로 접어들고 있어,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윤석열 정부가 직면한 퍼펙트 스톰을 구성하고 있다.

 

인수위는 새 정부의 국정비전을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로 정하고 6대 국정목표와 110개 국정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하지만 ‘청와대 용산 이전’과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에 매몰돼 국민들에게는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대선 캠페인을 하며 누누이 설명하고 약속했던 청와대 이전을 광화문이 아니라 용산으로 결정하면서 당선인이 직접 나서 현황판까지 꺼내 보이며 그토록 상세히 설명했건만, 여론은 여전히 왜 하필 용산이고, 왜 반드시 취임 전에 이전해야 하는지 여전히 의아해 하고 있다. 나름대로 소통한다고 했지만 여성가족부 폐지와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도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폐기했다고 아우성이다.

 

그뿐인가. 국회의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협치를 위한 카드로 꺼낸 한덕수 국무총리의 인준 표결을 미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준을 빌미로 다른 장관 후보자들을 쳐내라는 압력까지 가하고 있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하는 판인데 "대통령직 못해 먹겠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탄이 생각날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장 눈앞의 문제에 가려 중장기 비전과 과제가 주목받지 못한다고 해도 국민을 현혹하는 근시안적 정치는 지양해야 한다. 그렇다고 대선과정에서 약속한 공약을 모두 지키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비록 대선 때 공약했다고 하더라도 지키는 것이 국가 전체를 위해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낼 것이 뻔하다면 솔직히 고백하고 국민의 질책을 달게 받아야 한다.

 

과거 김대중 정부 때는 여야는 물론, 국민까지 한마음으로 뭉쳐 외환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임에도 이제 여당에서 처지가 바뀐 170여석의 야당은 협조할 생각이 전혀 없고, 국민은 갈갈이 찢겨 서로를 할퀴는데 급급하다.

 

윤 대통령은 갈림길 앞에 놓여 있지만 한쪽 길은 낭떠러지라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정직한 정치를 해야 한다. 나라를 위해서라면 자존심과 체면은 얼마든지 버릴 수 있다는 각오로 모두를 위해 설득하고 또 설득해야 한다.

 

당장은 선거에 불리할지 모르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정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패거리 정치의 폐해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드러날 대로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 길을 걸어선 결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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